물가 관리 1순위 품목인 쌀 가격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도·소매가 모두 1년 새 20%가 올랐다. 정부가 공공수매를 통해 쌀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폭이다. 쌀 재배면적 감소로 생산량이 감소한 게 가장 큰 이유다. 지난해 여름을 덮친 긴 장마로 인해 생산성이 떨어진 것도 원인 중 하나지만 그보다 지난 3년간 전국 농가에서 벌여왔던 ‘논 타작물 재배사업’이 핵심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쌀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쌀 생산량 감소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77만8734ha(헥타르)였던 쌀 재배면적은 지난해 72만6432ha로 5년 새 6.7% 줄어들었다. 쌀 생산량은 같은 기간 419만t에서 350만t으로 16.4% 줄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농업전망 보고서를 통해 “농가 고령화와 도시 개발, 논 타작물 전환 등의 영향으로 벼 재배면적이 2010년 이후 연평균 2.0% 감소세”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로 정부는 2018년 논의 타작물 전환 사업을 시작했다. 쌀 과잉공급을 막고 갈수록 줄어드는 쌀 소비에 대응하겠다는 것을 정책 목표로 내걸었다. 정부는 농가에 벼 대신 콩 등 다른 작물을 심으면 보조금을 주고 전량 사들이겠다고 유도했다. 이런 식으로 이런 식으로 3년간 5만여ha의 논을 없앴다.
하지만 이 사업은 3년만에 접었다. 첫 해에 1700억원, 다음해인 2019년 1870억을 투입하는 등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지난해 예산은 686억원으로 반 이상 깎였다. 올해 예산은 ‘0원’으로 사업이 아예 중단됐다. 예산심사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와 국회로부터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심기 위해 고가의 농기계를 대거 구입해 투자했던 농민들은 큰 손해를 입었다.
업계에선 “쌀 가격이 급등하니 사업을 갑자기 중단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쌀값 안정을 위해 들인 비용은 만만치 않다. 공공 비축을 위해 정부가 쌀을 사들이는데 들인 예산은 지난해 8753억원. 올해도 8167억원의 예산이 잡혀 있다. 1조원 가까운 예산을 쓰면서도 물가관리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밥용 쌀 소비가 다시 증가하고 고급 품종 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쌀값 상승의 일부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대형마트, 슈퍼마켓, 온라인 등 소매시장에서 팔린 쌀은 23만1953t으로 전년(20만5342t) 대비 13% 증가했다. 특히 온라인에서의 판매량은 176.7%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의 쌀 전문매장 ‘현대쌀집’에 따르면 지난달 ㎏당 8000원 넘는 고급 쌀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7%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고급 쌀 품종인 고시히카리, 골든퀸, 북흑조 등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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