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 사라진 코미디…'맞춤형 웃음'으로 활로 찾았다

입력 2021-02-16 17:27   수정 2021-02-17 00:17

지난해 폐지된 KBS ‘개그콘서트’를 마지막으로 지상파 방송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이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코미디는 사라지지 않았다. 새로운 무대는 유튜브다. KBS 공채 출신 코미디언 강유미의 유튜브 채널 ‘좋아서 하는 채널’의 구독자는 75만 명을 넘는다. 연간 수익이 3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방송사 공채 출신인 이용주·정재형·김민수가 운영하는 ‘피식대학’은 보름 사이에 구독자가 10만 명 늘어날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맞춤형 코미디’ 덕분이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지상파 방송의 코미디 프로그램이 몰락한 건 다양해진 시청자들의 취향과 ‘웃음 코드’를 전통적 방식의 코미디가 채워주지 못한 탓이다. 유튜브 등 새로운 무대는 기존 방송 코미디를 옥죄었던 제약에서 자유롭다. 모두를 만족시키지 않아도 되고, 소재 선택도 훨씬 자유롭다.

‘피식대학’은 이런 장점을 십분 살려 인기 급상승 중이다. 피식대학의 구독자는 16일 기준 58만7000명. 지난달 말 50만 명가량에서 보름 사이에 10만 명 가까이 늘었다. 성공 비결로는 ‘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주의)’이 꼽힌다. 방송사 스튜디오처럼 제한적인 무대, 인위적인 상황 설정과 연기 대신 무한대로 넓고 다양한 무대에서 극도로 세밀한 인물 연기를 펼친다. 이 채널의 ‘B대면 소개팅’은 시청자가 영상통화를 통해 여러 남성의 구애를 받는다는 설정이다. 느끼한 카페 사장 ‘최준’(김해준), 허위매물을 올리는 중고차 딜러 ‘차진석’(이용주) 등이 등장한다. 살아 숨쉬는 듯한 설정과 연기에 빠져들게 된다는 게 시청자들의 평이다. 동영상 조회 수는 회당 수십만이 기본. 댓글에는 “내 주변에도 이런 사람이 많다”는 경험담이 꼬리를 문다.

지상파의 주 시청자인 중장년, 노년층과 달리 20~30대는 이 같은 콘텐츠에 열광한다. ‘콘텐츠의 개인화’ 추세와도 맞아떨어진다. 사용자 각각의 취향과 웃음코드를 겨냥한 맞춤형 개그가 맞춤형 웃음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게임 관련 코미디를 하는 조충현(구독자 48만3000명), 유창한 스페인어 실력으로 외국 관련 코미디를 진행하는 김병선(구독자 31만1000명)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TV로 ‘재진출’하는 사례도 늘었다. 피식대학의 김민수와 김해준은 지난달 20일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고, 구독자 11만4000명을 확보한 이은지도 지난달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 등장했다. 김대희의 유튜브 채널 ‘꼰대희’에는 EBS 인기 캐릭터 ‘펭수’가 지난달 찬조 출연했을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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