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소비'가 끌어올린 원자재값…구리 9년·주석 8년만에 '최고'

입력 2021-02-16 17:05   수정 2021-02-17 01:57


구리 코발트 주석 백금 등 산업용 원자재 가격이 줄줄이 수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동안 잦아들었던 기업 활동이 대거 재개된 영향이다. 기업들은 전자제품과 모바일기기, 귀금속 등 ‘보복적 소비’로 수요가 급증한 제품 생산라인 가동을 늘리고 있다. 전기자동차, 수소에너지, 5세대(5G) 통신 등 차세대 유망 분야에서 발을 넓히려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원자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분위기다.

구리 9년 만, 주석 8년 만에 최고가
16일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3개월 선물은 장중 t당 8421.25달러에 거래됐다. 2012년 3월 이후 최고가다. 작년 2월에 비하면 가격이 44.6% 뛰었다. 주석 3개월물은 t당 2만4495달러에 거래돼 2013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을 찍었다.

이날 LME에서 니켈은 약 6년6개월 만에, 코발트는 2년2개월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니켈 3개월 선물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52% 오른 t당 1만8640달러에 거래됐다. 올해 들어서만 가격이 14% 상승한 코발트 3개월물은 t당 4만7000달러에 손바뀜했다. 백금 4월 인도분 선물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장중 트로이온스(약 31.1g)당 1355달러 선까지 올라 2014년 8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들 원자재는 모두 최근 수요가 폭증한 각종 산업 분야에서 쓰임새가 많다. 구리는 전선이나 동판, 파이프 등에 쓰인다. 구리를 제련해 순도를 높인 전기동은 전기·전자·통신·항공우주 분야 주요 소재다. 주석은 음료 캔을 비롯해 전자제품이나 건설현장 마감재에 들어간다. 니켈은 스테인리스강을 생산할 때 꼭 필요한 원자재다. 전자제품과 각종 기계 생산 과정에서 수요가 많다. 백금(플래티넘)은 수소에너지 생산 촉매로 활용된다. 가공 유리나 차량 배출가스 저감기기에도 들어간다. 코발트는 전기차와 통신장비에 들어가는 리튬이온배터리의 핵심 원자재다.

반면 공급은 평년 대비 빠듯하다. 생산국이 많지 않은 와중에 코로나19 여파로 광산과 제련공장 등이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작년 구리 생산량은 전년 대비 12.5% 적었다. 지난주엔 LME 주석 재고가 전년 동기 대비 약 10분의 1 수준인 775t으로 쪼그라들었다. 백금은 지난해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약 39만온스 밑돌았다. 새로 생산을 늘리기도 힘들다. 신규 광산을 개발해 원자재를 시장에 내놓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려서다.
美 맹추위에 에너지 가격도 급등
천연가스와 원유 등 에너지 원자재 가격도 올랐다. 미국 중남부를 덮친 이례적 한파로 난방 수요가 급증해서다. CNN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미국에선 25개 주가 총 1억7000만 명에 달하는 주민에게 한파주의보를 내렸다. 2월 최저기온 평균치가 영상 5도인 텍사스는 이날 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중부내륙 지역 에너지 시장에서 천연가스 가격은 100만BTU당 500달러까지 치솟았다”며 “통상 미국에서 천연가스는 100만BTU당 3달러 선에 거래되는 것을 고려하면 ‘미친 가격’이라는 게 일부 거래상의 설명”이라고 전했다.

주요 유종 유가는 전일 대비 약 1% 올랐다. 텍사스 등 미국 주요 원유 산지에서 정제시설이 잇따라 임시 폐쇄에 들어가 공급 우려가 퍼졌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사 아람코는 북미 최대 규모인 텍사스 정유공장을 닫았다. 엑슨모빌, 토탈, 마라톤에너지 등도 정제시설 가동을 중단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3월물은 배럴당 60.28달러에 거래됐다. 영국 ICE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63.30달러에 손바뀜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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