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코발트 주석 백금 등 산업용 원자재 가격이 줄줄이 수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동안 잦아들었던 기업 활동이 대거 재개된 영향이다. 기업들은 전자제품과 모바일기기, 귀금속 등 ‘보복적 소비’로 수요가 급증한 제품 생산라인 가동을 늘리고 있다. 전기자동차, 수소에너지, 5세대(5G) 통신 등 차세대 유망 분야에서 발을 넓히려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원자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날 LME에서 니켈은 약 6년6개월 만에, 코발트는 2년2개월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니켈 3개월 선물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52% 오른 t당 1만8640달러에 거래됐다. 올해 들어서만 가격이 14% 상승한 코발트 3개월물은 t당 4만7000달러에 손바뀜했다. 백금 4월 인도분 선물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장중 트로이온스(약 31.1g)당 1355달러 선까지 올라 2014년 8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들 원자재는 모두 최근 수요가 폭증한 각종 산업 분야에서 쓰임새가 많다. 구리는 전선이나 동판, 파이프 등에 쓰인다. 구리를 제련해 순도를 높인 전기동은 전기·전자·통신·항공우주 분야 주요 소재다. 주석은 음료 캔을 비롯해 전자제품이나 건설현장 마감재에 들어간다. 니켈은 스테인리스강을 생산할 때 꼭 필요한 원자재다. 전자제품과 각종 기계 생산 과정에서 수요가 많다. 백금(플래티넘)은 수소에너지 생산 촉매로 활용된다. 가공 유리나 차량 배출가스 저감기기에도 들어간다. 코발트는 전기차와 통신장비에 들어가는 리튬이온배터리의 핵심 원자재다.
반면 공급은 평년 대비 빠듯하다. 생산국이 많지 않은 와중에 코로나19 여파로 광산과 제련공장 등이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작년 구리 생산량은 전년 대비 12.5% 적었다. 지난주엔 LME 주석 재고가 전년 동기 대비 약 10분의 1 수준인 775t으로 쪼그라들었다. 백금은 지난해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약 39만온스 밑돌았다. 새로 생산을 늘리기도 힘들다. 신규 광산을 개발해 원자재를 시장에 내놓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려서다.
주요 유종 유가는 전일 대비 약 1% 올랐다. 텍사스 등 미국 주요 원유 산지에서 정제시설이 잇따라 임시 폐쇄에 들어가 공급 우려가 퍼졌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사 아람코는 북미 최대 규모인 텍사스 정유공장을 닫았다. 엑슨모빌, 토탈, 마라톤에너지 등도 정제시설 가동을 중단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3월물은 배럴당 60.28달러에 거래됐다. 영국 ICE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배럴당 63.30달러에 손바뀜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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