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플랫폼과 정반대의 길…이스트엔드 '브랜드 왕국' 꿈꾼다

입력 2021-02-16 17:03   수정 2021-02-17 09:12


쿠팡, 네이버로 수렴되는 유통 플랫폼과 달리 패션 플랫폼 업계는 말 그대로 ‘춘추전국시대’다.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무신사를 포함해 브랜디, 에이블리 등 거래액 2000억~3000억원가량의 플랫폼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패션 스타트업 업계에선 제2의 무신사를 꿈꾸며 너도나도 플랫폼을 차리는 것이 유행처럼 자리잡고 있었다. 이스트엔드는 이런 흐름과는 정반대 길을 택했다. 김동진 이스트엔드 대표는 “플랫폼보다는 그 위에서 소비자를 사로잡는 강력한 브랜드를 양성하는 스타트업을 꿈꾼다”고 말했다.
플랫폼보다는 스타 브랜드 육성
2016년 설립된 이스트엔드는 브랜드 육성 패션 스타트업이다. 이스트엔드 지붕 아래 총 7개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로즐리, 애플앤딥, 시티브리즈 등이다. 고유의 컨셉트와 디자인을 바탕으로 브랜드들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이스트엔드의 브랜드 육성 방식은 개방과 경쟁이다. 구성원이 자체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면 1년의 시간을 주고 스스로 경쟁하게 한다. 이렇게 지금까지 만들어진 브랜드는 총 11개다. 이 중 4개는 경쟁에서 도태돼 지금은 사라졌다.

김 대표는 “각자의 책임 아래 자율운영을 하니 구성원들이 주체적으로 일을 한다”며 “이스트엔드는 유통, 마케팅 등 브랜드들이 필요한 다양한 인프라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트엔드는 2016년 설립 당시만 해도 브랜드 육성 기업이라기보다는 다른 패션 스타트업과 비슷하게 패션 플랫폼을 지향했다. 2018년까지 자체 플랫폼 운영에 주력했다. 스타트업 세 곳을 인수하는 등 빠른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우려 했다. 시장 선점이 중요한 플랫폼 기업의 필연적인 전략이다.

하지만 얼마 안 가 한계에 부딪혔다. 이미 무신사, 에이블리 등 다수의 플랫폼이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었다. ‘패션 스타트업 2세대’에겐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김 대표는 “플랫폼 전략으로 빠르게 클 수 있지만 공멸하는 레드오션에 빠지는 길”이라며 “플랫폼 상품 공급자로서 느리더라도 차근차근 내실 있는 기업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 통한 최적 재고관리
브랜드 육성을 위한 디자인 개발은 물론이고 김 대표가 가장 신경 쓴 것은 데이터 기술을 통한 재고관리였다. 브랜드의 고급 이미지를 확보하려면 이른바 ‘떨이’를 하면 안된다고 봤다. 유행주기에 맞춰 빠르면서 동시에 수요에 맞는 정확한 양을 생산해야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문제는 패션은 품목마다 디자인이 달라 수요 예측도 다르고, 유행주기가 빠르다는 점이다. 더욱 정밀한 데이터 기술이 필요하다. 이스트엔드는 브랜드마다 자사몰을 운영하도록 하는 ‘따로 또 같이’ 전략을 도입했다. 소량의 옷들을 생산하고 테스트로 자사몰에서 접속자 수 대비 장바구니 담는 비율, 반품률 등을 확인하는 데 유리한 구조라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인력의 20%를 데이터 개발자로 뽑고 있다.

김 대표의 차별화 전략은 맞아떨어지고 있다. 연 매출이 2018년 50억원, 2019년 75억원, 지난해 110억원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다. 김 대표는 “빠르게 성장하진 않았더라도 이스트엔드의 매출 구조는 그 어떤 기업보다도 탄탄하다”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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