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코로나 백신 기술탈취 시도…MB정부 불법사찰 확인"[종합]

입력 2021-02-16 18:06   수정 2021-02-16 18:29


국가정보원(국정원)은 1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이 코로나 백신·치료제 기술탈취를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국회 정보위 여야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정보위 회의에서 국정원이 이같이 보고했다고 밝혔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정보위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사이버 공격이 매일 158만건 발생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31% 증가한 것"이라며 "국정원이 대부분 선제적으로 차단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또 "김정은 부인 리설주가 약 1년간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은 것과 관련 특이점은 없으며 아이들과 잘 놀고 있고 코로나로 인해 등장하지 않은 것으로 추론된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김정은은 최근 당 회의에서 3일간 총 9시간에 걸쳐 직접 연설했다"면서 "걸음걸이 속도 등을 분석했을 때 건강 관련 이상 징후는 없다"고 했다.

북한이 김정은 직함의 영문 표기를 '체어맨(chairman)'에서 '프레지던트(president)'로 변경한 사실도 파악됐다고 국정원은 전했다.

또 김정은의 친여동생 김여정이 당 정치국에서 제외되는 조정이 있었지만 실질적인 위상은 변함없다고도 했다.

국회 정보위 간사들은 "이렇게 지위가 내려간 것은 김정은 지위를 부각하고 대외 관심을 낮추기 위한 방편"이라면서 "한편으로는 김여정의 성과가 낮았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된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의 평균 연령이 낮아졌다"면서 "최근 절반 가량이 교체됐고, 대부분 40~50대가 교체됐다"고 보고했다.

이외에도 북한은 문화배격법을 제정해 한국 영상물을 유입·유포하는 자에 대해 최대 사형에 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시청의 경우에도 기존 징역5년에서 15년으로 형량이 높아졌다.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서는 이명박(MB) 정부 시절 국정원이 작성한 민간인 사찰 문건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정원은 당시 청와대 지시로 18대 국회의원 299명 전원을 비롯해 정관계, 재계, 문화예술계 등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사찰이 이뤄졌다는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에서도 사찰이 이어졌을 개연성이 있다고 밝혔다.

MB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지낸 바 있는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가 불법사찰에 관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증거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하태경 의원은 "국정원은 정치인과 민간인 사찰을 '직무범위 이탈정보'라 공식 명명했다. 직무를 벗어난 정보수집 자체가 불법이기에 그 내용도 불법이란 것"이라며 "다만 불법적 수단으로 정보수집을 한 것이냐고 물으니 미행과 도청이란 방법을 사용했다는 근거는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하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MB 정부 시절의 민간인 사찰이 "박근혜 정부 때도 지속됐다는 개연성은 있으나 확인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이 사찰 대상인 주요 인사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업데이트하던 것에 대해 박근혜 정부에서 '중단 지시'를 내렸는지 확인이 안돼 사찰이 이어졌을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다만 국정원은 박근혜 정부 때 주요 인사 DB가 업데이트된 내용이 있냐는 질의에는 "아직까지 박근혜 정부 때 국정원에서 개인 사찰 DB가 업데이트된 것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국정원은 또 노무현 정부에서도 대통령 친인척에 대한 '자발적'인 사찰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지난 2008년 2월5일부터 약 4년 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씨에 대한 사찰 문건이 국정원에서 작성된 데 대해 국정원은 "노 전 대통령 임기말에 (직원이) 자발적으로 사찰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보고했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이날 정보위에 "국정원의 60년 불법사찰 흑역사를 처리할 특별법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박 원장은 MB 정부의 이전 정부에서는 불법사찰이 없었냐는 야당 측 질의에 "MB 정부 이전, 특히 DJ(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은 DJ 정부 시절 국정원장들이었던 임동원 전 원장과 신건 전 원장이 1800명을 상시 불법도청해 재판을 받은 사실을 거론하며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원 원장은 MB 정부 국정원의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 "국회 정보위가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의결로 (요구)하면 비공개를 전제로 보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국정원법 개정으로 정보위는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특정 사안에 대해 국정원의 보고를 요구할 수 있다.

박 원장은 여당에서 요구하는 사찰성 정보 선공개와 관련해선 "비록 직무범위를 일탈해 작성된 것이라 해도 공공 기록물법에 따른 기록물이고, 제3자 개인정보가 포함된 비공개 기록이라 당사자가 아닌 일반에 공개하는 것은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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