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에 1억은 퍼주기" vs "주거 사다리일뿐"

입력 2021-02-16 23:10   수정 2021-02-24 18:46


국민의힘 소속 오신환·나경원·오세훈·조은희 예비후보가 1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를 뽑기 위한 첫 TV 토론회를 치렀다. 오신환과 나경원, 오세훈과 조은희 후보가 각각 1 대 1 토론을 벌이면서 상대방의 선거 공약과 비전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첫 토론자로 나선 오신환·나경원 후보가 서로 물고 물리는 설전을 벌였다면 2부 토론자인 오세훈·조은희 후보는 향후 본경선에서 맞닥뜨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를 함께 공격하는 데 주력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오신환·나경원 ‘설전’
오신환과 나경원 후보는 저출산 지원과 청년수당 등 상대방 대표 공약에 대해 “재원 조달 등 측면에서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몰아세웠다. 오 후보는 ‘최대 1억1700만원에 달하는 나 후보의 신혼부부 지원 공약에 대해 “사실상 퍼주기가 아니냐”며 포문을 열었다. 오 후보는 “반값아파트에 입주하는 신혼부부 등 1만 명에게 예산 3600억원으로 지원하겠다는 건데 (저출산은) 현금을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반값아파트로 이미 지원받은 분들에게 또 이자 지원을 해 주는 건 중복 지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나 후보는 “민간 아파트에 못 사는 분들에게 주거 사다리를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라며 “저출산 해결을 위해 꼭 필요한 공약”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 이후 민선 2기가 되면 신혼부부에 대한 민간 분양의 경우까지 이자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며 지원 규모를 늘려가겠다고 맞받아쳤다.

나 후보는 오 후보에게 “2년 동안 청년들에게 1인당 최대 월 54만5000원씩 수당을 주겠다고 했다”며 “총 3조5000억원의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오 후보는 “2년의 한시적 계획이라 10년의 장기재정계획을 세워서 1년에 3500억원씩 줄여나가면 충분히 가능한 재원”이라고 응수했다.

부동산 정책을 두고서도 공방이 오갔다. 오 후보는 나 후보가 제시한 부동산 정책이 민주당 공약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 후보는 총 10년간 7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이 중 공공분양이 30만 가구”라며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약속한 공공분양 30만 가구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나 후보는 “기간이 다르다”며 “특히 공공분양과 공공임대는 엄청난 차이다. 실질적으로 민간 분양을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기부채납을 받는 토지가 있다”고 반박했다. 나 후보는 오 후보가 공약한 ‘태릉골프장 아파트 주택 공급 공약’에 대해서도 “그린벨트를 훼손하는 문재인 정부 주택 공급 정책에 찬성한다는 소리냐”고 따졌다. 오 후보는 “나 후보처럼 비현실적인 공약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1년2개월 동안 (서울시장이) 할 수 있는 것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답했다.
오세훈·조은희는 ‘어깨동무’ 토론회
조은희·오세훈 후보는 상호 비방과 비판을 자제하면서 박영선 후보의 공약을 놓고 협동 공세를 폈다. 오 후보와 조 후보는 2010∼2011년 각각 서울시장과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손발을 맞춘 경험도 있다. 오 후보가 이날 박 후보의 대표 공약인 ‘공공주택 30만 가구 공급’에 대해 “30만 가구를 공급하려면 충분한 국공유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럴 땅이 없다”고 운을 띄우면 조 후보가 “완전히 불가능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오 후보가 “박영선 후보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를 말하는데 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조 후보는 “너무 설익은 공약이고 사업의 일머리를 너무 모른 채 그냥 말로만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은 조 후보가 7년 전 서초구청장으로 당선될 때부터 줄곧 제기한 공약이다. 칭찬 릴레이도 이어졌다. 조 후보는 “오 후보가 시장을 지낸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는 듯하다”고 추켜세웠고, 오 후보는 서초구에서 시작된 횡단보도 그늘막을 예로 들며 “위민 행정의 극치”라고 화답했다. 조 후보는 토론 말미 “서로 칭찬하는 분위기여서 우리 토론회는 재미없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1000명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토론평가단은 이날 토론회의 승자로 각각 나경원, 오세훈 후보를 선택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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