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바다 헤엄쳐 월남…軍 "경계망 뚫렸다" 인정 [종합]

입력 2021-02-17 10:30   수정 2021-02-17 10:35


지난 16일 강원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지역에서 붙잡힌 북한 남성은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바다를 헤엄쳐 건너온 것으로 확인됐다. 감시장비에 이 남성이 여러 차례 포착됐으나 군은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합동참모본부는 17일 "우리 군이 어제 동해 민통선 북방에서 신병을 확보한 인원(귀순 추정)은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했었다. 해상을 통해 GOP(일반전초) 이남 통일전망대 부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 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잠수복을 착용했다고 해도 한겨울에 바다로 월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므로 군과 정보 당국은 이 남성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대 초반의 이 남성은 조사 과정에서 귀순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당일 오전 4시20분께 도로를 따라 북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던 해당 인원을 민통선 검문소 CC(폐쇄회로)TV로 식별, 민통선 내 미상 인원 식별 시 작전 절차에 따라 작전 병력을 투입해 민통선 북방에서 오전 7시20분 신병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 해당부대 해안경계작전과 경계 시설물 관리에 대해 확인한 결과, 해당 인원이 해안으로 올라온 이후 우리 군 감시장비에 몇 차례 포착되었으나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배수로 차단시설이 미흡했던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CCTV 등 감시장비에 여러 차례 포착됐으나 즉각 출동해 신병을 확보하지 않았다는 것.

합참은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지상작전사령부와 합동으로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후속대책을 마련해 엄정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해안 경계·감시망이 뚫린 것으로 드러난 셈이라 해당 부대에 대한 문책이 예상된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지역은 작년 11월 북한군 남성의 '철책 귀순'과 앞선 2012년 10월 북한군 병사가 군 초소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표시한 일명 '노크 귀순'이 있었던 곳이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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