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관계자는 “SNS를 이용한 새로운 유형의 학교폭력이 많아지면서 조기 감지가 더 어려워졌다”며 “드러나지 않은 학교폭력 피해자가 더 많을 수 있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선 매번 학교폭력 문제가 이슈로 떠오를 때만 ‘땜질하듯’ 추진하는 학교폭력 대책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10년 전 노스페이스 패딩 점퍼를 빼앗던 형태가 비대면 학교폭력으로 진화할 동안 교육부와 경찰은 무엇을 했느냐는 비판이 많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학교폭력은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타인을 도구화하는 것”이라며 “학교 차원에서 형식적으로 근절을 외칠 게 아니라 인성교육 등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이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철 서강대 스포츠심리학과 교수는 “능력지상주의와 결과지상주의가 학교폭력을 부추긴다”며 “교우관계 등에 대한 종합적인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방법 모두 학교폭력을 겪을 당시 신고하지 않으면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는 법률사무소 유일의 이호진 변호사는 “폭행죄는 공소시효가 5년이고, 민사적 손해배상은 민법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권이 3년이면 소멸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배구선수 이재영·이다영 자매, 가수 진달래 등을 상대로 ‘학교폭력 폭로’가 벌어진 것도 사실상 처벌 방법이 없어 공공 응징에 나선 사례로 볼 수 있다.
학교폭력의 형태가 변화한 데 따라 처벌 수위와 방식을 조절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 김모씨(30)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비대면 학교폭력이 심해지고 있다”며 “예방책을 처음부터 다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안효주/최다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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