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는 “인공지능(AI)을 개발한다는 것은 행렬과 벡터 연산에 파묻혀 살아야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진정한 5G(5세대) 서비스인 28기가헤르츠(㎓) 대역 설비를 개발할 때도 수학적 지식의 응용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수학을 전공한 학자들이 진출할 수 있는 공적 통로를 넓혀야 한다는 공감대도 커지고 있다. 국내 유일한 수학 연구전담 기관인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최근 기관장 선임을 둘러싸고 내홍에 휩싸였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선임을 미루면서 혼란이 커졌다.
지난달 3년 임기가 만료된 정순영 전 소장(서강대 수학과 교수) 후임 공모에 김현민 부산대 수학과 교수와 조도상 수리연 본부장 두 명이 지원했다. IBS는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적격자가 없다”며 선임을 보류했다.
이후 재공모 과정에서 김용국 경북대 수학과 교수가 새로 지원했고, 김현민 교수가 다시 지원서를 냈다. 정 전 소장 역시 각계 추천을 받아 재공모에 나서면서 연임에 도전했다. 정 전 소장은 재임 시절 기업들이 경영 과정에서 겪는 기술적 애로사항을 수학적으로 해결해주는 ‘산업수학 워크숍’을 정착시켰다.
정 전 소장이 연임에 나서자 수리연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정 전 소장을 비판하는 온라인 투서가 수학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BS 주변에 뿌려지기도 했다. 수리연은 내부 반목이 장기화돼 기관장들이 연달아 중도 하차하는 등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IBS가 매년 수천억원을 들여 짓고 있는 기초과학 핵심설비 ‘중이온가속기’를 둘러싼 논란도 많다. 당초 연내 마무리하겠다는 사업이 기약 없이 미뤄지거나 심지어 상당 부분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한국연구재단은 이 사업을 두고 “가속기 구축에 필요한 전문 인력이 부족하며 방만하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검 결과를 이달 내놨다. 지난해 5268억원의 예산을 집행한 IBS는 이 사업에 2957억원을 투입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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