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부총리가 밝힌 대로 대책 발표 후 집값 오름세는 숫자만 보면 멈칫해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주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0.09%로, 전주보다 0.01%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이런 데이터는 이번 대책의 영향인지 불분명할뿐더러, 무엇보다 현장의 실상과 괴리가 크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고질적 매물 부족으로 거래만 됐다 하면 직전보다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고착됐다. 2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신고된 전체 매매의 약 60%가 ‘신고가 거래’였을 정도다. 전세시장에서는 한 단지 내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신규계약이냐, 갱신계약이냐에 따라 2배 이상 차이 나는 ‘이중가격’이 굳어졌다.
정책 효과에 대한 시장 불신도 크다. 정부가 이번에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지’로 지정한 서울 후암특계1구역(동자동)은 땅주인과 건물주들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항해 나갈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주민과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가 ‘첫 단추’부터 틀어져 버린 것이다. 이런 마당에 사유재산 침해 논란이 큰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지 내 주택 매수 시 현금청산’은 “법리상 문제없다”며 강행 의사를 거두지 않으니, 어떤 재건축·재개발 조합원이 집을 공공에 내어주고 시행을 일임하는 정비사업에 선뜻 응할까 의문이다.
문 대통령은 “시장에 정통한 전문가를 쓰라”는 각계각층의 요구를 무시한 채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에 책임이 있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다시 불렀다. 비(非)전문가인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도 끝까지 감쌌다. 그런데도 또다시 실효성이 의심되는 정책을 펴는 장관에게 “명운을 걸라”며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집값 안정에도 도움이 안 되고, 정책 신뢰만 떨어뜨릴 뿐이다. 규제를 풀고 거래를 활성화하는 ‘친시장 정책’으로 전환하지 않고는 몇 번의 대책을 더 내놔도 집값이 잡히지 않을 것이다. 언제까지 말만 앞세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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