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 사전검열 우려에도…한정애 "반드시 가야하는 길" 못 박아

입력 2021-02-17 17:00   수정 2021-02-18 00:44

한정애 환경부 장관(사진)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고 17일 말했다. 환경부는 다만 포장 사전검열과 표시제가 골자인 이 법안에 경제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자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다.

▶본지 2월 17일자 A1, 3면 참조

한 장관은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해 윤 의원이 대표발의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법안 취지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방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은 제품의 제조·수입·판매자는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전문기관에서 제품 출시 전 포장 재질과 방법을 검사받고 그 결과를 포장 겉면에 표시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공포 1년 뒤 시행되며 시행 후 2년 안에 기존 판매 제품도 검사받아야 한다. 사전 검사를 받지 않거나 거짓으로 표시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현행법에선 환경부 장관이 포장 재질, 포장 방법 등의 겉면 표시를 권장할 뿐 강제하진 않고 있다.

경제계에선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식품기업 6만 곳을 비롯해 10만 곳의 경영활동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포장을 사전에 검사받고 표시해야 해 비용과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업계의 우려에 대해 한 장관은 “업계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장관은 “업계에도 말해야 할 것이 있다”며 “이는 가도 되고 안 가도 되는, 선택적으로 할 수 있는 길이 아니다.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고 했다. 업계의 요청에 대해선 유예기간을 얼마나 허용할지 정도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장관의 발언은 사실상 해당 법안 추진을 강행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환노위 시작 직전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관련 업계의 우려를 줄이는 방안에 대해 업계와 협의 중이며, 그 결과를 국회에서 법안 심의 때 참고할 수 있도록 제출할 계획”이라고 했던 환경부의 분위기가 1시간 만에 반전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환경부의 대응에 경제계는 당황해하는 모습이다. 결론을 정해놓고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날 환노위에서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1심에서 실형을 받은 것에 대해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블랙리스트를 넘어 살생부 사건”이라고 했고, 같은 당 박대수 의원은 “청와대의 부당한 낙하산 인사를 견제하는 것이야말로 상식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 장관은 이에 대해 “일련의 상황에 유감”이라면서도 “항소한 상황이라 판단이 어렵다”고 했다. 답변 과정에서 그는 “낙하산을 이야기한다면 저야말로 낙하산 아니겠냐”고 말해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한 장관은 “(발언을) 주의하겠다”고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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