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확신의 함정'

입력 2021-02-18 17:23   수정 2021-02-19 02:38

신작 출간 소식만으로 세계 출판 시장을 들썩거리게 하는 작가들이 있다. 경제·경영 분야에서는 말콤 글래드웰, 다니엘 핑크, 애덤 그랜트 등이다. 조직심리학자이면서 와튼스쿨 최연소 종신교수인 애덤 그랜트의 신작 《다시 생각하라(Think again)》는 이달 초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경영자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다시 생각하라》는 전작 《기브 앤 테이크》 《오리지널스》보다는 제목이 다소 밋밋하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 이 책은 확신과 신념의 함정을 소개한다. “확신이 서면 의심하라”면서 지나친 확신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준다. 의심과 질문을 허락하지 않는 확신은 자신을 바보로 만들 뿐 아니라 타인을 공격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세계는 이미 확신의 위험성에 노출돼 있으며 그 폐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확증편향이 여론의 양극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한다. 의심의 불편함을 싫어하고 확신의 위안을 선호한다. 상대방과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그가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고 여긴다. 자신의 결론에 동의할 만한 사람들만 가까이한다. 의견 충돌이나 갈등이 발화하는 불꽃을 통해 생각의 사각지대를 발견할 기회를 놓쳐버린다.


저자는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지능의 의미는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능은 ‘생각하고 배우는 능력’에 더해 ‘다시 생각하고 잘못을 깨닫는 능력’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창업자 증후군’을 버려야 한다”고도 말한다. “의외로 많은 창업자가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며 생각의 터널 속에 갇혀 버리거나, 오만과 나르시시즘에 빠진 최악의 리더로 전락하고 만다”고 설명한다. 그 사례로 블랙베리를 들었다. 2009년 블랙베리의 미국 내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50%에 달했다. 하지만 불과 5년 뒤에는 1% 미만으로 떨어졌다. 블랙베리 창업자인 마이크 라자리디스는 블랙베리의 정체성을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휴대용 장치’라고 확신했다. 사람들이 컴퓨터와 같은 장치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굳게 믿었다. 창업자의 이런 확고한 신념이 블랙베리의 혁신을 가로막았다.

저자는 “우리의 내면에는 설교자, 검사, 정치인, 과학자 등 네 가지 직업이 있다”고 말한다. 설교자는 신성한 믿음을 전파하고 싶어 한다. 검사는 상대방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한다. 정치인은 사람들의 호감을 얻기 위해 온갖 캠페인을 벌인다. 마음속의 이 세 가지 직업은 늘 확신에 가득 차 있다. 그 때문에 확증편향으로 몰릴 위험이 있다.

다행인 건 네 번째 직업인 과학자가 있다는 사실이다. 과학자는 진실을 탐구하고 실험을 반복한다. 저자는 “성공하고 싶다면 네 번째 직업처럼 생각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비판적 사고, 실험정신, 도전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이 알고 있고 믿고 있는 사실에 계속 의문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확신이 저주가 되지 않도록 생각과 지식을 점검해야 한다. “아는 것이 힘이면, 모르는 것을 아는 것은 지혜”라는 저자의 조언은 두고두고 새길 만하다.

홍순철 <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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