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 외나로도에 있는 나로우주센터 누리호 종합연소시험동. 지난달 말 만난 연소시험 총책임자인 조기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추진기관체계팀장의 얼굴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1단 엔진 연소시험의 성공 여부가 올 10월 1차 발사의 성패를 판가름하기 때문이다. 항우연은 지난달 28일 1단 엔진의 30초 연소시험에 성공했지만, 난도가 더 높은 100초, 127초 연소시험을 앞두고 있다.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올해 ‘누리호’ 발사는 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누리호 전용 발사대와 연소시험장을 국내 언론 가운데 처음 찾았다.
항우연은 75t급 엔진을 나로호 첫 발사로부터 6년이 지난 2015년 처음 개발해 시험에 들어갔다. 연소 불안정 현상으로 몇 번 설계도를 갈아엎은 끝에 지금까지 누적 1만6000초가량의 연소시험을 했다. 300t의 추력을 내기 위해선 엔진 4기를 한 몸처럼 작동하도록 묶어야 한다(클러스터링). 당초 이달 발사하려던 일정이 10월로 미뤄진 것도 엔진 클러스터링 문제 때문이다. 지난달 말 1차 연소시험 첫 성공으로 엔진 4기가 합쳐진 1단부가 실제 불을 뿜는 단계까지 겨우 올라왔다.
누리호 엔진은 2008년 미국의 민간 기업 스페이스X가 ‘팰컨1’ 로켓 발사에 활용한 ‘멀린 1C’보다 추진력이 떨어진다. 항우연은 후속 사업을 통해 스페이스X가 100여 개 인공위성을 묶어 발사한 ‘팰컨9’ 로켓에 탑재된 엔진 ‘멀린1D’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이 엄빌리칼 타워를 포함한 발사체 시스템 개발 및 건설에 참여했다. 고 본부장은 “현대중공업은 LNG(액화천연가스) 선박을 건조하면서 폭발 위험이 높은 액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술력을 갖췄다”며 “이 같은 기술이 누리호 발사대 건설에 적용됐다”고 말했다.
누리호 엔진 개발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맡았다. 항공기용 가스터빈을 생산해 영국 롤스로이스 등에 수출하며 쌓은 정밀 가공기술과 고온 내열소재 기술력을 활용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누리호 1단의 대형 추진체 탱크를 생산했다. 비행모델 1~3단부를 연결하는 총조립도 진행하고 있다.
개발사업을 통해 고도화한 기술은 다시 민간 분야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밀폐된 공간의 기체나 액체의 압력을 정밀하게 다루는 기술은 기계장비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터보펌프 기술은 선박엔진 개발에 고스란히 활용된다. 엔진 유량을 정밀 조절하는 알고리즘은 수액 치료기기에 접목이 가능해 헬스케어산업에도 활용할 수 있다.
고흥=최한종/이해성 기자 onebel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