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은 올해 광학솔루션사업 시설투자에 5478억원을 투입하겠다고 18일 밝혔다. 2019년 투자액(2821억원)의 두 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번 시설투자는 자기자본(2조2046억원)의 25%, 지난해 영업이익(6810억원)의 80%에 달한다. 작년 거둔 이익의 대부분을 다시 시설투자에 투입하는 것이다.
광학솔루션사업부는 주로 카메라 모듈을 생산한다. 전자업계에서는 LG이노텍이 센서시프트 카메라 모듈과 SL(안면인식) 3차원(3D) 센싱 모듈, ToF(비행시간측정) 모듈 생산라인을 증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증설은 LG이노텍의 주요 공급처인 애플이 아이폰 카메라 모듈을 대거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는 점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미지 센서를 이동해 카메라 흔들림을 줄여주는 센서시프트 카메라 모듈이 대표적이다. LG이노텍이 독점 공급하는 이 모듈은 주로 DSLR 카메라 손떨림 방지 기능에 쓰인다. 다른 모듈에 비해 단가가 높다. 지금까지는 아이폰12프로맥스 등 일부 고급 모델에만 적용됐지만 애플은 아이폰13(가칭) 등 다음 세대부터는 센서시프트 카메라 모듈을 확대 도입하기로 했다. 최소한 두 종류 이상의 센서시프트 카메라 모듈이 쓰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ToF 모듈은 피사체에 빛을 쏜 뒤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거리 등을 계산하는 부품이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에 주로 활용된다. 애플 아이폰12 시리즈에 장착됐고, 삼성전자도 올해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폰 잠금 해제 등 안면인식에 쓰이는 SL 3D 센싱 모듈도 비슷한 원리로 작동한다. 특정 패턴의 레이저를 쏜 뒤 입체감을 알아낸다. LG이노텍은 2019년 3D 센싱 모듈 브랜드 ‘이노센싱’을 론칭하는 등 관련 기술을 고도화해왔다.
LG이노텍은 매년 초 그해 주요 시설투자 계획을 공시한다. 업계에선 해당 연도의 매출 규모와 업황을 가늠하는 지표로 쓰인다. 8737억원의 시설투자를 공시했던 2018년 LG이노텍은 사상 최대 매출(7조9821억원)을 달성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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