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여당 간사인 송갑석 민주당 의원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비상장사의 차등의결권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벤처기업법 개정안을 오는 23일 산자위 전체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라며 “다음달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주나 경영인이 가진 주식 1주에 복수 의결권을 부여하는 권리다. 미국 상장을 결정한 쿠팡 창업자 김범석 의장이 주당 29개의 의결권을 보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개정안에는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주당 10개까지 의결권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대규모 투자 유치로 창업주의 보유 지분이 30% 미만일 경우 최대 10년까지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상장 이후에는 3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보통주로 전환해야 한다. 중소기업 가운데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등이 기업 자본금 중 10% 이상 투자한 벤처기업이 해당된다. 마켓컬리,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운영사) 등 국내 스타트업 대부분이 차등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부터 차등의결권 도입을 ‘혁신 성장’의 대표 정책으로 홍보해 온 민주당이 쿠팡의 미국 상장이 결정된 후에야 뒤늦게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법이 아니라 정관으로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하고 상장 후에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미국과 비교하면 극히 제한적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비상장회사 허용, 내달 처리…美 등과 비교하면 '생색내기' 지적
하지만 기업규제 3법을 일사천리로 처리한 민주당은 차등의결권 도입에는 속도를 내지 않았다.
진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쿠팡의 미국행을 계기로 차등의결권이 주목을 받으면서 등 떠밀리듯 법안을 처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생색내기 허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개정안은 차등의결권 주식의 존속기간을 최대 10년으로 제한했다. 또 상장 후 3년 뒤에는 보통주로 전환하도록 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주식 의결권 수에 대한 규제가 없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관 규정을 통해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복수의결권 주식의 존속기간을 10년으로 해놓고 상장 후 3년이라는 별도 소멸 기간을 정해둔 것은 또 다른 규제”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여야의 이견이 없어 무난하게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의당과 진보 시민단체의 반발로 허용 조건이 후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미현/민경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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