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사망자 21명 넘어섰는데…가족과 휴양지 간 美 의원

입력 2021-02-19 09:33   수정 2021-03-21 01:36

최악의 한파가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가운데 텍사스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테즈 크루즈 상원의원(공화당)이 멕시코의 대표적인 휴양지 칸쿤으로 가족 여행을 떠나 빈축을 사고 있다. 민생을 팽개쳐둔 채 자신의 가족들만 추위와 단전을 피해 도망 간 셈이어서다.

크루즈 의원은 지난 17일 가족과 함께 플로리다를 경유해 칸쿤행 항공기에 탑승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다수 올라왔다. 일부는 “크루즈 의원이 착용한 마스크가 과거 썼던 것과 비슷하다”며 같은 인물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침묵으로 일관했던 크루즈 의원은 의혹이 확산하자 “일주일동안 휴교령까지 내려지자 딸들이 여행을 가자고 졸랐다”며 “단지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크루즈 의원의 딸은 각각 10세와 12세다.

그는 이튿날 칸쿤에서 홀로 비행기를 타고 텍사스 자택으로 돌아왔다. 마스크도 바꿔 쓴 모습이었다.

텍사스는 최근 겨울 폭풍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다. 정전 사태가 발생하면서 300만 명 이상이 추위 속에서 생사를 오갔다. 이번 정전 등에 따른 사망자는 텍사스주에서 최소 21명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미 민주당은 친(親) 트럼프 인사로 꼽히는 크루즈 의원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다. 텍사스주 민주당은 성명에서 “텍사스 주민들은 깨끗한 물과 온기, 따뜻한 음식 없이 추위에 갇혀 있다”며 “가장 어려운 시기에 그는 우리를 버렸다”고 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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