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한 美 전기차·태양광株…짙어진 '금리 상승 그림자'

입력 2021-02-19 17:32   수정 2021-02-20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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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식시장에서 18일(현지시간) 전기차·연료전지·태양광 등 이른바 성장산업으로 분류되는 업종의 대표주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최근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성장주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던 참에 나온 조정이다. 통상 성장주는 먼 미래의 이익을 현재 주가에 반영하기 때문에 이익 할인율인 시장금리가 오르면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성장주 급락의 ‘여진’은 한국 증시까지 이어졌다. 두산퓨얼셀, 한화솔루션, LG화학 등이 19일 장중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전문가 전망은 엇갈린다. 금리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성장주 비중을 축소하라는 의견과 저가 매수 기회로 삼으라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조정받는 韓美 기술주

18일 다우지수(-0.38%)·나스닥지수(-0.72%)·S&P500지수(-0.44%)는 약보합세로 마감했다.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크게 늘었다는 소식과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어우러진 결과였다. 하지만 일부 성장주는 급락세를 보였다. 금리 상승에 대한 불안이 투자 심리를 짓누르면서 퓨얼셀에너지(-16.55%) 플러그파워(-10.67%) 블룸에너지(-7.48%) 니콜라(-6.26%) 니오(-5.04%) 선파워(-16.69%) 퍼스트솔라(-4.65%) 등 전기차·배터리·태양광 관련주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바이두(-3.46%)를 필두로 알리바바(-2.47%), 텐센트(-1.32%), 핀둬둬(-3.47%) 등 중국 기술주도 동반 급락했다. 월가 관계자는 “경기 회복 지연으로 미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시행하면 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이는 성장주에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국내 증시에서도 19일 개장 직후 2차전지, 태양광 관련주가 급락했다. 두산퓨얼셀은 이날 오전 6%대, 한화솔루션은 3%대 하락세를 보였다.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2차전지 관련주는 오전 한때 3%대 하락세를 보였다. 이들 종목은 오후 들어 코스피지수가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낙폭을 줄여 마감했다.
경기 회복 부진의 영향
미국과 한국 증시에서 성장주가 조정받은 건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느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금리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부진하면 정부가 추가 부양책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고, 이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2월 둘째주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시장 예상치(77만여 명)를 웃도는 86만1000명이었다. 코로나19 특별 실업급여에서도 신규 청구자 수가 전주보다 17만4000명 증가한 51만6000명에 달했다. 총 138만 명이 새로 실업급여를 타겠다고 신청한 것이다.

한국의 고용지표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부진한 상태다. 취업자 수는 지난해 1월 2700만여 명에서 지난달 2600만여 명으로 감소했고, 계절조정 기준 실업률은 전월 4.5%에서 지난달 5.4%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한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오전 11시 기준)는 지난 17일 연 1.884%를 기록, 2019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까지 올라갔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16일 연 1.311%를 기록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지난해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에는 경기 회복과 코로나19 사태 종식에 대한 기대가 주로 반영됐지만 고용 충격이 지속되는 걸 보면 증시가 너무 앞서간 것”이라고 말했다.
“저가 매수 기회” 견해도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증시에서 돈이 빠져나와 다른 분야로 퍼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는 성장주보다 가치주가 우세한 게 일반적”이라며 “포트폴리오를 가치주 중심으로 재편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성장주의 실적 개선이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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