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매매값 안정세'에 대한 주장을 한 데 대해 시장 현황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매도자 우위로 거래가 완전히 끊겨 시가에 오름세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거래가 통계에는 성사되지 않은 매매가는 잡히지 않다보니 시장의 현황과는 다르게 착시가 생긴다는 분석이다.
근거는 국가 통계인 한국부동산원의 조사 결과다. 19일 부동산원이 제공한 통계를 보면 2월 셋째주(15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86주째 오름세가 이어졌지만 상승폭은 2월 둘째주 0.09%에 이어 2주 연속 감소했다.
이 기간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0.25% 올라 그 전주(0.27%)보다 상승폭을 줄였다. 부동산원은 “정비사업 호재가 있는 단지들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2·4 공급대책 발표 후 매수문의 감소와 관망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주장처럼 실제 시장에서도 매매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을까. 현장에서는 "아니다"라는 반응이다. 매물 품귀 현상에 매맷값이 급등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강남·잠실·마포 등 인기 주거지역은 물론 서울 외곽까지 매도 물건 자체가 귀해지면서 몇주 새 매맷값이 수천만원에서 최대 2억원 이상 폭등했다.
마포구 K공인 대표는 “여전히 매수 대기자들이 많아 수첩에 수 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이름을 남기고 갔다”며 “매물이 나오기만 하면 집을 볼 겨를도 없이 바로 나가지만 어지간해서 물건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이 지역 내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59㎡ 입주권은 대책이 나오면서 매도 호가가 1억원 이상 올라 값이 17억원까지 치솟았다. 대흥동의 ‘신촌그랑자이' 전용 84㎡는 17억500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었지만 최근엔 20억원까지 호가가 뛰었다.
구로동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 대표는 “매수 대기자들이 아무리 많아도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으니 시장가격 반영이 안된다”며 “대체로 통계엔 실제 시장에서 바라보는 집값보다 저평가돼 있다”고 강조했다.
A 대표에 따르면 대림동 신동아아파트의 경우 지난달 전용 67㎡이 7억원에 거래되면서 직전 거래인 12월(5억8000만원)보다 1억2000만원 뛰었다. 하지만 전용 84㎡ 마지막 거래가 작년 4월이라 실거래가가 5억5500만원에 머물러 있다.
그는 “전용 67㎡이 7억원에 올라섰으니 더 큰 면적인 전용 84㎡ 아파트의 경우 시가가 최소 7억원은 넘어야하는데 통계상에는 5억5500만원에 반영돼 있다”며 “거래가 끊기니 수개월에서 많게는 1년 전 실거래가가 적용돼 시장의 오름세가 감지되지 않는 것. 지금과 같은 매도자 우위 시장에선 거래가 줄수록 상승분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통계가 신축 선호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현실 집값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신축 선호 현상 때문에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승률과 체감상 괴리감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원이 연간 단위로 표본 주택을 재정비하면서 생기는 허점이라는 지적이다. 예컨대 5000가구의 신축 아파트 단지가 3월에 입주를 시작했더라도 내년 1월부터나 통계에 포함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신축 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주도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시장의 분위기나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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