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덮친 한파발 에너지난이 엿새째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에너지 생산량의 41%를 차지하는 텍사스가 천연가스 수출량을 확 줄이면서 주요 가스 수입국인 멕시코 내 제너럴모터스(GM), LG전자, 기아자동차 등의 주요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다. 주요 외신들은 오클라호마와 루이지애나 등 일부 지역에선 에너지 생산이 재개된 만큼 이번 주말부터는 수급 불균형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텍사스 송전망을 운영하는 전력신뢰도위원회(ERCOT)는 “전력 생산량이 일부 복구됐으나 전기 수요가 매우 높다보니 전력망 과부하를 우려해 전력 공급을 완전히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정전 사태로 인한 경제손실 규모가 27억달러(약 2조988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시장조사기관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같은날 미국의 멕시코 천연가스 수출량은 지난 30일간 평균 57억 입방피트에서 43억 입방피트로 약 17% 줄었다. 이때문에 미국산 천연가스를 공급받아 전력원으로 쓰는 멕시코 북동부 일대 여러 공장이 조업을 중단했다. GM 과나호아토주 실라오 공장은 지난 16~17일 가동을 멈췄다. 기아차와 독일 폭스바겐은 18일부터 이틀간 생산 부분 중단에 돌입했다.
멕시코 정부는 이날 존 크리머 주멕시코 미국대사 대행을 통해 미국에 에너지 공급 복구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타티아니 클로티에 멕시코 경제부장관은 “멕시코 산업이 흔들리지 않도록 천연가스 공급량을 유지해달라고 미국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텍사스 천연가스 공급을 놓고 멕시코와 텍사스 당국자간 논의를 중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치솟았던 천연가스 가격도 안정세로 돌아섰다. 오클라호마주의 오너크 허브의 천연가스 익일 공급용 현물은 전일대비 가격이 99% 떨어진 100만Btu(영국열단위)당 4달러에 거래됐다. Btu는 영미권에서 주로 사용하는 에너지 단위다. 1Btu는 물 1파운드 만큼이 화씨 1도를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이라 약 252.161칼로리(cal), 1055.06줄(J)로 환산된다.
미국 천연가스 기준물인 루이지애나 헨리허브 천연가스 현물은 전일대비 가격이 69.5% 하락해 100만Btu당 7달러대에 거래됐다. 한파 이전 수준을 소폭 웃돈다.
블룸버그통신은 "각 에너지기업들은 동파 설비 수리 등에 시간이 걸릴 수 있어 곧바로 생산량을 완전 회복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씨티그룹은 페름분지에서 원유 생산량이 향후 열흘간은 기존대비 일평균 100만배럴 가량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