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로 인한 미국의 에너지난이 엿새째 이어졌다. 미국 에너지 생산량의 41%를 차지하는 텍사스가 천연가스 수출량을 확 줄이자 가스 수입국인 멕시코 내 제너럴모터스(GM), LG전자, 기아 등의 주요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다. 주요 외신들은 오클라호마와 루이지애나 등 일부 지역에선 에너지 생산이 재개된 만큼 이번 주말부터는 수급 불균형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텍사스 발전용량 중 약 4만㎿(메가와트) 규모의 송전이 끊겼다. 한때 450만 가구에 달했던 정전 범위는 55만 가구로 줄었지만 일부 지역에선 순환 정전이 반복되고 있어 전력이 완전히 복구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정전 사태로 인한 경제 손실 규모가 27억달러(약 2조988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에너지난은 미국과 멕시코 간 에너지 무역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지난 17일 텍사스 주지사가 “천연가스를 21일까지 텍사스 밖으로 유통하지 말라”며 에너지 기업들에 공급 제한령을 내리면서다. 텍사스는 미국 천연가스 생산량의 25%를 담당한다.
시장조사기관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같은 날 미국의 멕시코 천연가스 수출량은 지난 30일간 평균 57억ft³(입방피트)에서 43억ft³로 약 17% 줄었다. 이 때문에 미국산 천연가스를 공급받는 멕시코 북동부의 GM, 기아, 폭스바겐 등 자동차 공장 여러 곳이 조업을 중단했다.
멕시코 정부는 이날 존 크리머 주멕시코 미국대사 대행을 통해 미국에 에너지 공급 복구를 촉구했다. 미국 백악관은 “텍사스 천연가스 공급을 놓고 멕시코와 텍사스 당국자 간 논의를 중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상 최악 수준인 에너지난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텍사스와 오클라호마 등의 주말 최저기온이 영상으로 회복할 전망이다. 마라톤, 데본, 베르둔 등 에너지 기업은 텍사스 이글포드 분지에서 셰일에너지 생산 재개에 나섰다. 미 본토 내 연료 생산량은 18일 기준 전일 대비 2.4% 올랐다.
치솟았던 천연가스 가격도 안정세로 돌아섰다. 오클라호마주 오너크허브의 천연가스 익일 공급용 현물은 전일 대비 가격이 99% 떨어진 100만BTU(영국열량단위)당 4달러에 거래됐다. 한파 이전 수준을 소폭 웃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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