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둘러싼 논란이 마침표를 찍을 전망이다. 2006년 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지 15년 만이다. 하지만 국제공항과 같은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사업을 사전에 경제성과 안전성을 면밀히 따져보지 않고 추진키로 한 것이어서 향후 실제 건설 과정에서 공사기간이 길어지고 사업비도 크게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선심성 개발사업을 특별법으로 추진하는 입법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된 정부 부처는 다소 조심스런 입장이다. 이날 국회 상임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 논의과정에 참여한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환경부·법무부 관계자들은 “법안의 여러 조항이 신공항 건설의 절차와 방식을 규정하는 현행법들과 충돌한다”며 “법 조항을 대거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 수정된 것은 일부에 그쳤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난제로 간주됐던 예비 타당성 조사는 “필요한 경우 면제할 수 있다”는 근거 조항이 들어갔다. 국가재정법상 면제 조항(38조5항)에 따라 국무회의 심의 등을 거쳐 면제하는 방식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조사를 면제받더라도 중장기 재정 소요와 재원 조달방안 등을 고려해 사업계획의 적정성은 검증받아야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타 면제 조항을 악용하는 사례 때문에 2014년 개정법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원안에서 신속한 공항 건설을 위해 사전타당성 조사와 환경영향평가 등을 건너뛰고 초기 건설공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도 삭제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항을 착공한 이후 환경영향 평가나 총사업비 책정 과정에서 설계가 변경될 경우 비용이 크게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 가덕도를 포함한 복수의 공항 입지에 대한 경제성과 안전성 평가를 선행해야 한다는 국토부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해신공항 폐기에 관한 내용은 부칙에 반영됐다. 가덕도신공항 개발 계획을 수립 중인 제6차 공항종합계획에 반영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들어갔다. 기존 김해공항 활용 방안은 논의되지 않았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해공항 활용은 정부와 정치권이 별도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전문가들은 가덕도신공항 건설비용이 당초 계획(7조6000억원)보다 5조2000억원 더 들어갈 것으로 본다”고 경고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사전에 경제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법률로 먼저 공항 입지를 정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전문가들로부터 입지 선정 자체를 재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선거를 앞두고 대형 SOC 사업 특별법이 잇따르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민주당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가덕도신공항특별법뿐 아니라 광주광역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도 추진하고 있다. 광주 지역 문화전당 건립 등에 5조원이 넘는 사업비를 지원하는 법안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에도 새만금신공항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시킨 바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4월 재·보궐 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각종 지역개발 관련 특별법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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