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세 꺾였다고?"…2·4대책 비웃는 강남 아파트

입력 2021-02-21 15:04   수정 2021-02-21 16:01

정부가 2·4부동산대책으로 집값 상승률이 줄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새 아파트나 재건축 대상 아파트값은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인기가 치솟고 있다. 반면 소형이나 비인기 아파트들은 매물이 늘어나면서 일부에서는 하락세를 보이면서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결국 '강남 집값 올리기' 대책을 내놨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2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는 지난 16일 24억1000만원(14층)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작년 11~12월만 하더라도 21억~22억원대였던 아파트다. 송파구 장지동 송파파인타운 전용 84㎡ 역시 지난 8일 14억6000만원에 매매되면서 신고가를 찍었다.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전용 149㎡는 23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강남권 아파트 거래 될 때마다 '신고가'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도 잇따라 신고가를 나타냈다.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1단지는 대책 발표날인 4일에는 전용 121㎡가 35억원을, 전용 49㎡는 20억원에 각각 거래 최고가를 보여다. 한양2단지의 전용 146㎡도 39억5000만원에 거래된 게 지난 9일이었다. 대치동 대치우성 1차(전용 94㎡)는 22억7000만원으로 4개월 전 신고가보다 4000만원이 올랐고, 송파구 가락동 가락미륭(전용 61㎡)도 11억2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서울 강남구 대치·삼성·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 일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지만, 거래만 줄었을 뿐 호가는 여전하다는 게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다. 대치동 A공인중개사는 "매물은 큰 변화가 없는데 2·4대책이 나오고 매수문의는 더 늘어났다"며 "급매물을 기다리는 매수자들도 있지만, 대치동은 좀처럼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치동 래미안팰리스의 경우 지난해 전용 84㎡가 30억원에 거래됐다. 이후 성사된 거래는 없지만, 매물들은 32억원 안팎에 나와있고, 최고 호가는 34억원에 달한다.


반포동의 B공인중개사는 "집주인 중에 여러 채를 갖고 있는 분들은 내놓거나 문의를 해온다"면서도 "반포나 압구정 같이 핵심입지의 집은 당연히 안 내놓는다"고 전했다. 서울에 나홀로 아파트나 비인기 지역, 소형아파트 등의 경우에는 호가를 낮춰 내놓기도 하지만 핵심 입지에서는 물건이 없다는 게 그의 얘기다.

그는 "수익형으로 10~20평대의 소형 아파트 예전부터 들고 있던 분들이 최근에 물건을 내놨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전세가 끼고 6월 전에 매매를 하려다보니 좀 낮춰서 팔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매년 6월1일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 과세 기준일이다. 올해는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의 양도세율도 현재보다 10%포인트 올라갈 예정이다. 3주택자가 첫 집을 팔 때 양도 차익이 10억원을 넘는 경우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82.5%가 세금으로 나온다.
"다주택자들, 소형·비인기 아파트 처분중"
세금부담이 가중되는데다 83만가구에 달하는 2·4부동산대책이 발표됐다. 정부는 집값 안정세 및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실제 일부에서는 종전 거래가보다 낮은 계약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구축이나 소형에서였다. 마포구 공덕동 래미안공덕4차 전용 59㎡는 지난 10일 12억4700만원(12층)에 팔렸다. 지난달 20일 같은 면적이 12억5500만원(6층)과 비교하면 800만원 하락했다. 이 단지는 2005년 신축돼 17년차를 맞고 있다.

서초구 서초동 힐스테이트서리풀 전용 59㎡A는 지난 8일과 18일 각각 16억1000만원과 16억2000만원에 매매됐다. 작년 11월의 같은 타입 최고가(16억2500만원)보다 다소 낮아졌다. 하지만 이 단지는 116가구의 소형 단지인데다 매매와 전세매물을 합쳐 2건 밖에 되지 않는다. 인기가 상대적으로 높은 전용 59㎡B형은 저층임에도 16억5000만원에 매물이 나와있다.

집값의 상승세가 꺾이고 있냐는 질문에 강남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대부분 "아니다"라고 답했다. 대치동의 C공인중개사는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서 '강남 대단지 새 아파트'가 있느냐"고 반문하더니 "인기 없는 아파트값이 하락하는 것과 평균값을 내면 떨어져 보이겠지만, 강남에서 실거주가 가능한 30평대 아파트는 품귀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강남권 외에 주거선호지에서의 인기 아파트와 재건축 아파트들의 신고가는 이어지고 있다. 마포구 신촌그랑자이(전용 84㎡)는 대책 발표 이후 18억2000만원에 매매됐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8단지 54㎡는 13억원에, 9단지에서는 126㎡가 21억2400만원으로 각각 신고가를 기록했다. 목동신시가지 일대의 아파트들은 연초부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수도권 주택 매매거래량은 줄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주택 매매 거래량은 9만679건으로 전달(14만281건) 대비 35.4% 줄었다고 밝혔다. 수도권 거래량은 4만7132건으로 전달보다 25.4% 줄었는데, 지방에서는 4만3547건으로 43.5% 급감했다. 아파트(6만4371건)는 전달보다 39.3%, 아파트 외 주택(2만6308건)은 23.2%씩 각각 감소했다.

한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 장관회의에서 "아직 2·4 대책의 시장 영향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면서도 "지난주 주택매매시장 통계에 따르면 서울, 지방의 매매가격 상승 폭이 소폭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한국부동산원 또한 지난 15일 기준으로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을 발표하면서 "정비사업 호재가 있는 단지들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2·4 공급대책 발표 후 매수문의 감소와 관망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명절 연휴 등도 매수세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0.25%로 전주 대비 0.02%포인트 줄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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