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관계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한은은 최근 금융위가 추진하는 개정안에 대해 ‘빅브러더(개인의 정보를 독점하고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을 이어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에 "지나친 과장"이라고 응수하며 설전을 이어갔다. 두 기관의 갈등은 주택금융공사 부사장 자리를 놓고 확전 양상도 보이고 있다.
한은도 21일 은 위원장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개인정보의 강제 수집·조사권이라는 개정안 핵심과 관계없는 통신사 통화정보를 예로 든 것은 명백한 오류"라며 "통신사 통화기록도 개정안처럼 강제적으로 한 곳에 모아 놓고 정부가 들여다본다면 빅브러더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금융당국이 (빅테크 도산 등) 사건이 있을 때 법에 따라 자료를 받아 누가 (빅테크에 남아 있는) 자금 주인이 누구 것인지를 보려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한은은 반박했다.
한은은 "빅브러더 논란은 국민의 일상적 거래 정보를 강제적으로 한 곳에 집중시키는 것 자체에서 비롯된다"며 "빅테크 도산 등 특수한 경우에 개인정보를 본다고 해서 이 논란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위는 금융결제원에 대한 감독권, 자료제출 요구권 등으로 금융결제원 보유 거래정보에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접근할 권한을 확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와 은 위원장은 지난 18일 거시경제금융회의 직후 회의장에 단둘이 남아 30분 동안 개정안에 대해 마지막 담판을 벌였다. 하지만 두 기관장은 평행선만 달린 채 갈등만 깊어졌다는 후문이다. 만남 직후 금융위 핵심 관계자들은 "한은이 '무조건 안된다'고 하면서 토론조차 안 하려고 든다"고 난감해했다. 한은 고위관계자들은 금융위에 대해 "중앙은행에 대한 이해·배려·존중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은에서는 A 이사를 부사장으로 일찌감치 내정했지만, 금융위와 주택금융공사가 관련 임명 절차를 추진하지 않은 결과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금융위가 한국주택금융공사 부사장 자리를 전자금융거래법 협상 수단으로 삼은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은은 지난 2019년에도 금융결제원장 자리를 금융위에 내준 바 있다. 1986년 금융결제원 설립 이후 한은 출신이 줄곧 원장 자리를 맡아 오다 지난해 처음으로 한은 출신이 아닌, 김학수 전 금융위 상임위원이 원장에 선임된 것이다. 여기에 주택금융공사 부사장 자리도 금융위에 의해 흔들리면서 내부 반발이 더 커지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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