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로존·일본·한국은 지난해 7350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홍수처럼 쏟아냈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고 시중에 상당한 자금을 공급한 영향이다.
주식 부동산 원자재 등 자산시장은 풍부한 유동성을 불쏘시개 삼아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인플레이션 우려가 퍼졌고 시장 금리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터널을 벗어나지 못한 실물경제와의 틈이 벌어지는 만큼 거품 우려도 커졌다.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해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로 내리는 동시에 시중에서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쏟아낸 결과다. 한국의 지난해 말 M2는 3199조8357억원으로 2019년 말보다 286조2261억원(9.8%) 늘었다. 증가폭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한 1960년 이후 최대치다.
미국은 지난해 3월 연 1.5~1.75%였던 두 차례 인하해 연 0~0.25%로 낮췄다. 비슷한 시기에 양적완화를 실시해 9개의 유동성 매입기구를 세워 국채 등을 사들여 시중에 달러를 공급했다. 미국 M2는 지난해 말 19조2898억달러로 전년 말보다 24.9%(4조8542억달러·약 4200조원) 늘었다.
유로존은 2016년 3월부터 기준금리를 유지해왔고 코로나19 직후 양적완화에 나섰다. 지난해 3월부터 자산매입프로그램(AAA)으로 1조3500억유로(1800조원)를 시중에 공급한 결과 M2는 지난해 말 14조4920억유로로 전년 말보다 11.5%(1조4965억달러·약 2000조원) 불었다. 2016년 9월 연 -0.1%의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 일본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동결한 채 올들어 국채매입으로 7000억엔 규모의 국채를 매입하는 등의 여파로 일본 M2는 작년에 82조1000억엔(약 870조원) 늘었다.
한국 아파트값도 치솟았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3.3㎡당 4033만원으로 2019년 12월(3352만원)보다 20.3%(681만원) 상승했다.
불어난 유동성은 자산가격을 띄었지만, 실물경제는 얼어붙었다. 한국(-1%) 미국(-3.5%) 유로존(-6.8%) 일본(-4.8%) 등의 성장률이 줄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충격이 상당한 결과다. 풍부한 유동성이 실물경제로 흘러들지 않은 영향도 작용했다.
평균물가목표제는 고용을 비롯한 실물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물가가 Fed 목표치인 2%를 넘더라도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긴 제도다. 그만큼 인플레이션율이 올라가고 이에 따라 원자재 가격과 시장 금리가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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