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가구 미만의 소규모 아파트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실수요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동안 소규모 단지는 ‘나홀로 아파트’로 불리며 대단지에 비해 선호도가 낮았다. 커뮤니티 시설 등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약점을 보완한 새 아파트가 나오면서 인식이 바뀌고 있다. 특히 대단지와 붙어 있는 소규모 단지는 생활 인프라를 공유하기 때문에 저평가받을 이유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공급이 부족해 입지가 좋은 소규모 아파트로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단지 아파트 주변에 붙어 있는 소규모 단지를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단지 입주 과정에서 구축된 교통망과 우수한 학군 등을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SK뷰’가 대표적이다. 총 239가구의 소규모 단지지만 현재 전용 84㎡ 호가가 32억원에 달한다. 단지 바로 건너편에 있는 1200가구 규모의 ‘래미안대치팰리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대치동 D공인 대표는 “대치동 학원가를 10분 내에 걸어서 이동할 수 있고 대치초, 대곡초, 휘문중·고 등 강남 8학군의 교육 이점을 누릴 수 있다”며 “대치동 대장 아파트인 ‘래미안대치팰리스’의 대체재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삼호’(144가구)도 눈에 띄는 소규모 아파트 단지다. 3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인 도곡동 ‘도곡렉슬’과 마주보고 있다. 지하철 분당선 한티역이 가깝고 도곡중, 강남세브란스병원과 붙어 있어 생활 편의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규모 아파트의 인기가 높아지자 주변에 별다른 주거 단지가 없는 단지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쌍용스윗닷홈’ 전용 84㎡는 지난달 6일 14억9000만원에 신고가를 새로 썼다. 지난해 7월 14억6000만원에 거래된 주택형이다. 2003년 준공된 이 단지는 총 98가구로 조성됐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없고 기찻길 옆 입지 때문에 인기가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최근 들어 매수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올해 분양을 앞두고 있는 소규모 아파트도 주목해볼 만하다. 광진구 자양동에서는 자양하늘채베르(165가구)가 이달 분양을 준비 중이다. 이 단지는 지하 2층~지상 19층, 전용 46~59㎡ 총 165가구로 조성된다. 이 중 전용 46㎡ 51가구가 일반분양된다. 도보권에 지하철 2호선 구의역이 있고 잠실대교를 이용하면 바로 강남까지 이동이 편리하다. 롯데백화점, 이마트 등 대형 쇼핑시설도 10분 거리다. 가까이서 한강을 누릴 수 있는 입지도 돋보인다.
서초구 반포동에서는 ‘더샵반포리버파크’(140가구)가 이달 분양할 예정이다. 옛 반포KT부지에 들어서는 이 단지는 신세계백화점과 센트럴시티 등이 가까워 편리한 주거환경을 갖췄다. 발레파킹과 청소·세탁 등을 돕는 컨시어지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와 함께 서초구 방배동 방배신선빌라재건축(90가구), 강서구 화곡동 화곡동더리브주상복합(140가구), 강서구 방화동 힐스테이트신방화역(96가구), 도봉구 쌍문동 쌍문시티프라디움(112가구) 등이 올해 분양될 계획이다.
다만 입지가 안 좋은 곳은 환금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내 집 마련’ 수요가 늘어나면서 소규모 아파트까지 갭 메우기를 하는 모양새”라며 “하지만 외딴 곳에 홀로 있는 소단지는 아무래도 매매 거래가 쉽지 않다”고 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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