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뱅킹 사용법은 간단하다. 금융소비자가 은행 한 곳의 앱을 깐 뒤 오픈뱅킹을 등록하면 다른 금융회사 계좌를 읽어 와서 통합 관리할 수 있다. 다른 금융회사의 계좌번호를 모르더라도 일괄 등록이 가능하다. 다른 은행의 비밀번호를 모르더라도 상관없다. 새로 개설한 은행 계좌의 비밀번호만 알면 타행에서 또 다른 타행으로 한번에 이체할 수 있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업체)와 핀테크 앱에서도 오픈뱅킹에 참여하는 모든 금융사의 계좌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 하루 통합 한도 1000만원까지 타행 간 거래가 된다.
경찰은 범죄자들이 이 같은 편리함을 역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신분증과 신용 정보만 획득하면 대포폰을 개설하고 비대면으로 오픈뱅킹까지 가입할 수 있어서다. 오픈뱅킹에 가입할 때 최초 인증을 하고 간편비밀번호만 설정하면 추가적인 인증이 필요 없다는 점도 악용됐다. 경찰 관계자는 “신분증을 탈취해 오픈뱅킹으로 돈을 빼내가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오픈뱅킹을 연결해 여러 계좌의 돈을 특정 계좌로 입금하게 하는 보이스피싱도 포착됐다”고 전했다.
금융당국도 오픈뱅킹을 악용한 금융 범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보이스피싱 범죄 가운데 일부가 오픈뱅킹을 기반으로 한 사례로 드러나면서 오픈뱅킹 거래 한도를 조정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이선진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팀장은 “오픈뱅킹 등 간편 금융 서비스를 여러 금융사가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는데 편의성이 높아지는 만큼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며 “신분증과 신용 정보만 있으면 모든 금융사 계좌를 털어갈 수 있는 상황을 막는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제도가 시행 초기인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오픈뱅킹을 도입한 뒤 소비자들은 금융 거래가 간편해지고 수수료가 내려가는 등 혜택을 얻고 있다”며 “안전장치 마련은 필요하지만 규제가 과도해지면 간편성이 떨어져 비대면 금융 시대와 동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든다”고 말했다.
정소람/정지은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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