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 공무원인 A씨는 2017년 2월 새벽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중 우연히 만난 10대 B양을 모텔로 데려가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A씨는 B양에게 “예쁘시네요”라고 말을 걸었고, 잠깐 대화를 나눈 뒤 술자리를 가졌다. 술집에서 B양이 잠에 들기 시작하자, B양의 동의를 얻어 함께 모텔을 갔다고 A씨는 주장했다.
그러나 B양은 A씨를 만나기 전에 한 시간 만에 소주 두 병을 마시고 만취해 있었다. 이전 술자리에 함께 있던 친구는 B양이 사라졌다며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 상태였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B양이 추운 겨울에 외투도 입지 않은 채 친구 일행에게서 이탈한 점 등에 비춰 정상적인 판단 능력을 잃은 상태라고 봤다.
하지만 2심은 A씨가 무죄라고 판단했다. 당시 B양이 준강제추행의 성립 요건인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대법원에서 판단은 다시 뒤집혔다. 대법 재판부는 “피해자가 의식 상실 상태는 아니지만 알코올 영향으로 추행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 상태였다면 준강간죄나 준강제추행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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