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김영기 前 증권범죄합수단장, EMP벨스타 이사진으로.."건강한 시장조성 돕겠다"

입력 2021-02-21 19:09   수정 2021-02-22 08:14

≪이 기사는 02월21일(13:0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시장에는 건전한 사모펀드가 훨씬 많습니다. 사모펀드가 규제와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 건전한 자본시장 생태계의 일원이라는 것을 법조계와 금융 당국에 알려주고 싶습니다."

초저온 물류센터 '한국초저온'을 보유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EMP벨스타가 최근 특별한 인재를 영입했다. '여의도의 저승사자'로 불리던 서울남부지검의 마지막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 김영기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맞이한 것. 자본시장법 전문가인 김 변호사는 지난해 9월 검찰을 떠나 법무법인 화우에 합류했다. EMP벨스타는 이준호 한국대표와 한국계 미국인인 대니엘 윤 회장이 2008년 설립한 운용사다.

◆"처벌과 규제도 시장 살리는 방향으로"

지난 19일 EMP벨스타 사무실에서 만난 김 변호사는 "금융투자업자를 처벌하던 입장에만 있다 보니 사모펀드를 투기세력으로 바라봐야 하는 시각이 항상 아쉬웠다"면서 "실제로 시장에서 어떻게 자금이 모이고 어떤 과정을 거쳐 투자가 이뤄지는지 직접 겪어보면, 나의 검찰 경력을 토대로 자본시장의 신뢰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 재직 시절 2012년부터 2년간 한국거래소에 법률자문관으로 파견 근무를 하면서 자본시장과 연을 맺었다. 2017년엔 연세대에서 자본시장법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사 논문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의 형사책임과 규제에 관한 연구' 외에도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부당이득 산정기준' 등 그가 작성한 관련 논문들이 수두룩하다. 주석 자본시장법(한국증권법학회 발간), 증권 불공정거래의 쟁점(서울대 금융법센터 발간) 공동집필에도 참여했다.

합수단장으로 있을 때 코스닥 상장사 리드 경영진의 횡령 사건을 수사하다 라임자산운용 경영진이 연루돼 있는 걸 포착하고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까지 수사를 펼쳤다. 하지만 합수단 폐지로 수사단원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라임 사건이나 신라젠 사건 등 굵직한 금융범죄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2019년부터 퇴직 전까지는 대검찰청 부당이득 산정기준 법제화 태스크포스(TF) 팀장으로도 일했다.

김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은 투자자 보호가 목적이고 그 수단은 공정과 신뢰"라며 자본시장은 기업과 국가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인데, 국내에선 시세조종 같은 불공정거래가 판치기 쉬운 환경인 데다 몇몇 사건들을 계기로 사모펀드를 불신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더욱 엄정하게 대응하되 처벌과 규제는 시장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행사되어야 한다는 게 평소 지론"이라고 강조했다.

◆'ESG투자' 실천하는 EMP벨스타... '지배구조'까지 완성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수는 지난해 700개를 훌쩍 넘겼다. 수많은 운용사 중 EMP벨스타를 선택한 건 ESG(친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개선)를 중심에 둔 운영 철학 때문이었다고 김 변호사는 말했다. 그는 "EMP벨스타는 초저온 물류센터를 통해 폐냉열의 재활용을 실천하고(친환경), 물류의 선진화에 기여한 곳(사회적 책임)"이라고 평가했다.

EMP벨스타가 펀드를 통해 설립한 한국초저온은 LNG 폐냉열을 재활용해 초저온 물류창고를 개발했다. 관제시설까지 갖춰 다양한 저장품들의 통합관리를 가능하게 했다. 초저온 보관이 필요한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통합물류센터로 사용될 예정이다. 지난해 초에는 골드만삭스와 ㈜SK가 한국초저온에 각 250억원씩 투자하기도 했다.

이준호 대표는 "품질과 운영 양측면에서 차별화를 도모했다"면서 "시장참여자들이 폐냉열 에너지의 건설적인 쓰임새에 대해 인식하게 되고 앞으로 다른 물류센터들을 개발하는 데 지표로 참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 변호사에게 합류를 제의한 배경에 대해 "사회책임투자를 실천했더니 코로나 백신 보관에 반드시 필요한 저장시설 보유사로 큰 주목을 받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ESG를 실천하고 전파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 변호사 영입을 통해 ESG 중 'G'까지 완성하게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른 사모펀드들에게도 지배구조와 투명성 부분에서 모범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EMP벨스타는 공제회, 보험사 등 한국 자본의 미국 진출 도우미로 알려져있기도 하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여파로 미국 대출 시장에 얼어붙자 K머니로 8억 달러 규모의 탈프(TALF·기간자산담보대출) 펀드를 조성했다. 탈프는 미국 대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대표는 "한국 사업을 더욱 확대하고 K머니의 해외진출에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김 변호사와 함께 더욱 철저히 검증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앞으로 투자 의사결정부터 투자 회수까지 사모펀드 투자의 전 단계를 들여다보면서 법적 리스크를 확인할 계획이다. 김 변호사는 "경영 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EMP벨스타의 제안이 그만큼 자신있다는 걸로 들리기도 했다"면서 "EMP벨스타가 커나가는 데 도움을 주고, 다른 운용사들에도 '투명하게 운영해도 지속성장이 가능하다'는 모범을 만들어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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