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김환기의 서울 시기(1937~1956년)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김환기는 일본 유학 시절 입체주의와 추상미술을 다양하게 실험한 뒤 서울에서는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백자항아리, 달, 산, 매화 등 토속적 특징이 강한 오브제와 자연 풍경을 양식화했다. 1970년대 미국 뉴욕에서 작업한 점화가 그의 시그니처로 꼽히지만 서울에서 그린 구상화 역시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이달 초에야 세상에 처음 공개됐다. 단서는 시인 김광균의 생전 사무실 사진이었다. 1952년 촬영된 사진으로, 당시 예술인들의 가장 큰 후원자 중 한 명이던 김광균답게 사무실에는 다양한 그림이 걸려 있었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들은 이 사진에 포착된 ‘달밤’을 추적해 소장자를 찾아냈다. 미술관 측의 설득으로 소장자의 침실에 걸려 있던 ‘달밤’은 세상에 나오게 됐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에서 김환기가 그린 달밤의 풍류를 즐길 수 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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