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우종 ADB 신임 사무총장 " 韓-개도국 연결하는 가교 역할하겠다"

입력 2021-02-22 17:52   수정 2021-02-23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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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기구 중 하나인 아시아개발은행(ADB) 사무총장에 한국인이 선임됐다. 엄우종 ADB 지속가능개발·기후변화국장(사진)이 그 주인공이다. 사무총장은 총재와 6명의 부총재와 함께 ADB 경영진 회의에 참석하는 최고위급으로, 이 자리에 한국인이 선임된 것은 2006년 이영회 전 사무총장 이후 15년 만이다.

엄 사무총장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20년 넘게 ADB에서 우직하게 전문성을 쌓아온 노력이 인정받은 것 같다”며 “한국이란 나라의 위상이 크게 오른 것이 사무총장이란 중책에 선임된 결정적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렸을 적 필리핀으로 이민을 가 중·고교를 나온 엄 사무총장은 대학 졸업 후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에 근무하다가 1993년 ADB로 자리를 옮겼다. 국제개발 분야 전문성과 소통 능력을 인정받아 2014년 사무총장 다음 서열인 행정국장에 최연소로 발탁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엄 사무총장은 “우리나라는 입지전적인 경제개발 역사와 현재 디지털 강국으로서의 위상, 코로나19에 대한 성공적인 방역 등으로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에는 ‘롤모델’로 통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점을 적극 활용해 국제사회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한다면 더 큰 부가가치가 돼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서 한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해줄 것을 당부했다. 엄 사무총장은 “세계 주요국이 앞다퉈 탄소중립을 선언할 정도로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한국도 국내에서 그린뉴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걸로 아는데, 투자처를 개발도상국 등 해외로 적극 넓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가령 신재생에너지 발전 인프라와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 등의 분야에서 개발도상국은 유망한 투자처라는 게 엄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그는 “아시아 개발도상국은 대중교통 인프라도 취약한 나라가 많다”며 “한국의 우수한 대중교통 인프라 노하우를 개발도상국에 전수해주면 자동차 매연 감소 등 탄소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을 잘 이해하는 사무총장으로서 한국과 개발도상국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했다.

한국 청년들에 대한 당부도 이어졌다. 엄 사무총장은 “한국은 국내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세계적인 나라”라며 “한국 청년들이 자신감을 갖고 국제기구 취업에 적극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또 다른 아시아 국제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사회인프라투자국장에 김헌 전 ADB 남아시아 국장이 임명됐다. 사회인프라투자국장은 최근 신설된 직위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 5대 핵심 인프라 중 하나로 선정하고 있는 사회인프라(보건·의료·교육 등) 분야의 투자를 담당한다. 김헌 국장은 ADB에서 29년간 근무한 국제개발 분야 전문가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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