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화성 탐사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 아랍에미리트(UAE)가 작년 7월 발사한 화성 탐사선이 모두 화성에 도착했다. 생명체의 흔적과 지질 및 기후를 샅샅이 조사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9일 화성 착륙 성공 직후 트위터를 통해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과학기술로 그 어떤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무게 1t짜리 퍼시비어런스는 미국이 보낸 다섯 번째 로버다. 착륙 지점은 ‘예제로’ 크레이터(분화구)다. 30~40억 년 전 강물이 흘러들던 삼각주로 추정되는 곳이다. 미국은 이곳에서 미생물 흔적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퍼시비어런스는 토양 성분을 분석할 수 있는 카메라, 레이저 등 정밀 장비를 장착하고 있다. 플루토늄 발전기가 달린 이 로버는 핵에너지로 움직인다.
미국은 퍼시비어런스 등을 통해 화성의 토양을 지구로 가져온다는 계획이다. 퍼시비어런스는 화성의 토양과 암석 샘플을 채취해 티타늄 튜브에 담는다. 2031년 다른 탐사선을 활용해 이 튜브를 가져온다. 탐사선에 싣지 못한 고성능 현미경 등의 장비로 지구에서 샘플을 분석하게 된다. 퍼시비어런스는 올여름께 첫 샘플을 시추한다.
미국은 인간의 화성 정착 가능성을 확인할 실험장비를 퍼시비어런스에 실었다.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는 ‘화성 산소 현장자원 활용 실험(MOXIE)’ 장치다. 화성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로켓 추진과 인간의 호흡에 쓸 수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미국은 무게 1.8㎏의 헬리콥터 ‘인제뉴어티’를 퍼시비어런스에 실었다. 인제뉴어티로 지구 밖에서 인류 최초의 동력 비행을 시도한다. 1.2m 길이의 회전 날개가 달린 인제뉴어티는 퍼시비어런스의 운행 진로 설정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톈원 1호의 무게는 5t으로 퍼시비어런스와 UAE의 ‘아말’에 비해 무겁다. 화성 주변을 도는 궤도선, 표면에 착륙하는 착륙선, 표면 탐사를 수행하는 로버를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궤도선엔 카메라 2대, 지표면 레이더, 광물 분광계 등 7개 장비를 장착했다. 로버는 카메라와 레이더, 자기장 탐지기, 토양성분 탐지기 등을 탑재하고 있다. 지하 100m까지 조사할 수 있는 지표투과 레이더도 실었다.
착륙선은 ‘유토피아 평원’에 착지한다. 지름 3300㎞로 화성에서 가장 큰 분화구 지역이다. 지하에 두꺼운 얼음층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976년 미국의 ‘바이킹 2호’가 착륙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토양의 지질 구조와 물을 조사한다. 로버의 전력은 태양광으로 공급한다.
중국은 톈원 1호로 미국, 러시아(소련), 유럽우주국(ESA), 인도, UAE에 이어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한 여섯 번째 국가가 됐다. 착륙에 성공하면 미국과 소련에 이어 세 번째로 착지한 국가에 오른다. 특히 화성 표면에서 실제 탐사를 성공한 국가는 아직 미국뿐이다.
아말은 화성에 착륙하지 않고 2만㎞~4만3000㎞ 사이 타원형 궤도를 돌며 연간 날씨와 기후를 측정한다. 아말은 고화질 카메라와 적외선 분광기, 자외선 분광기 등을 장착해 대기권 성분을 분석하고 고화질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55시간에 한 번 화성을 공전하며 행성의 대기를 측정하고 표면을 관측한다. 이 과정에서 화성 대기권 상층부와 하층부의 차이, 계절별로 달라지는 환경 등을 세밀히 조사한다. 이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는 세계 과학자에게 개방할 예정이다.
UAE는 우주를 원유 다음 먹거리로 보고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우주 개발을 통해 원유 중심의 산업구조를 ‘지식 경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주 개발에는 첨단 기술이 집약되기 때문에 지식 경제에 파급 효과가 크다고 봤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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