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주식 거래시장인 뉴욕증권거래소(NYSE), 즉 월스트리트의 관점에서 쿠팡은 55조원의 회사로 평가받았다. 10조원(CB 인사이트 평가)과 55조원은 차이가 엄청나다. 쿠팡에 대한 미래 가치를 여의도보다 다섯 배 더 낙관적으로 보는 월스트리트 프리미엄은 어디서 발생한 것인가? 그것은 코로나19로 인한 행운, 아마존 연상효과 그리고 빅리그 효과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집콕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집과 직장의 경계가 그리고 산업 간, 업종 간 경계가 무너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세상이 초연결 사회로 진화하면서 기존에 존재하던 것들이 융합되고 과거 명확했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사람과 인공지능(AI), 소매업과 물류업, 소매기업과 빅테크 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과 오프라인 쇼핑의 경계도 희미해지고 있다. 작년 150조원 규모를 형성해 한국 소매시장의 30% 정도를 차지하던 e커머스가 이제 40%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오프라인에서 구매 가능한 모든 제품과 서비스가 스마트폰 앱으로 구현되면서 우리 앞에 충격적 현실이 펼쳐졌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소매업의 종말이 촉진되고 e커머스와 물류업의 약진이 시작됐다. NYSE에 상장한 우버는 작년 3월 초 대비 1년 동안 주가가 네 배(14달러→59달러) 상승했다. 우버의 주가 상승은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던 우버 이츠의 성장에 힘입은 바 크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투자한 미국판 배달의민족 도어대시도 작년 말 NYSE에 상장해 대박을 쳤다.
코로나19는 지구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개인의 헬스케어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커지고 재택근무, 홈트, 랜선여행 같은 서비스가 일상화되는 것이다. 쿠팡은 이미 쿠팡 플레이와 쿠팡 이츠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배달업에 진출해 비대면 서비스산업에 교두보를 마련했다. 코로나19가 쿠팡을 10조원대 유니콘 기업에서 50조원 가치의 기업으로 변화시킨 가장 큰 ‘세렌디피티(serendipity)’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아마존의 놀라운 성장으로 인해 지난 5년간 기존의 수많은 오프라인 거대 소매기업들이 미국과 영국에서 도산했다. 영국의 데보넴, 미국의 시어스, 니만마커스, 토이저러스, JC페니 등 100여 년 역사를 가진 백화점이 무너졌고, 매년 미국 내 평균 9000개 매장이 사라지고 있다. 이 같은 공포로 인해 ‘아마존 효과’란 신조어도 탄생했다.
쿠팡은 특히 아마존의 풀필먼트(fulfillment)를 모방한 ‘로켓 제휴’로 미래 가치를 크게 인정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풀필먼트란 e커머스가 급성장하면서 진화된 제4자 물류라고 불리는 새로운 물류 서비스다. 아마존이 ‘FBA(fulfillment by Amazon)’라는 이름으로 2006년 시작했다. 마켓 플레이스에 입점한 셀러들에게 보관, 피킹, 포장, 배송, 재고 관리, 반품 서비스 등 모든 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 판매자는 물류 업무에 들어가는 모든 에너지, 자원과 비용을 절감하게 된다. 아마존은 무인 물류창고 키바(Kiba) 시스템사를 인수해 수만 대의 AI 로봇을 풀필먼트 센터에 투입, 4차 산업 물류혁명을 일으켰다. 키바를 통해 물류센터 운영비의 20%를, 재고 공간의 50% 이상을 절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쿠팡 알고리즘이 재고 수준을 예측해 판매자에게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기존의 로켓배송이 직매입 방식이라면 ‘로켓 제휴’는 특정매입 방식으로 쿠팡 측 재고 비용이 없고, 패션 제품 단순 판매의 경우 수수료는 10.5%지만 로켓 제휴로 입점한 셀러에게는 28%를 받는다. 셀러로서도 부가세를 포함해 30%의 수수료와 추가 비용 등을 고려하면 로켓 제휴 업체가 되는 것이 보다 유리하다. 쿠팡이 이처럼 아마존식 물류혁명을 구현해 ‘윈윈(win-win)’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쿠팡이 조만간 흑자 전환할 수 있다는 확신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준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 아시아에서 가장 ‘아마존스러운’ 회사라는 사실을 인증받은 것이다.
쿠팡은 본래 나스닥 상장을 준비했지만 체급을 올려서 자본주의 역사를 상징하는 NYSE에서 상장하게 된다. 자본시장의 빅리그인 미국 시장에서 호황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년간 나스닥에 상장한 주요 테크기업의 주가는 두 배 이상 올랐다. 애플은 세 배(53달러→129달러), 이베이도 세 배(26달러→62달러), 구글의 알파벳은 두 배(1008달러→ 2105달러), 넷플릭스는 두 배(290달러→548달러), 아마존은 두 배(1626달러→3328달러), 테슬라는 무려 여덟 배(70달러→781달러) 상승했다.
파이프라인 경제에서 플랫폼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플랫폼 기업들의 미래 가치가 더욱 커지고 있다. 쿠팡이 한국에서 만들어진 비즈니스 모델과 경영 성과로 빅리그에서 55조원의 몸값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하나의 사건이다.
미국 델라웨어에 본사를 두고 있고 김범석 대표를 비롯한 쿠팡 LCC 이사회 멤버도 대부분 미국인이지만 ‘로켓배송’이라는 한국산 ‘라스트 마일 서비스’를 창조하고 국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네이버 쇼핑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 기업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제2, 제3의 쿠팡이 출현하기를 기대한다.
국내 소매 빅5+물류 1위…6개 기업 시총합계는 20조
지난해 1년간 쿠팡은 엄청난 성장 모멘텀을 만들었다. 2018년 기록한 1조1000억원의 적자 규모를 절반 이상 줄이는 데 성공했고 매출 성과도 아찔할 정도다. 쿠팡의 활성고객은 불과 1년간 26% 증가해 지난해 말 1485만 명을 헤아린다. 2019년 활성고객은 1179만 명이었다. 객단가도 18만원 선에서 28만원으로 50% 이상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매출을 2019년 7조원에서 2020년 13조원으로 1년 만에 거의 100% 증가시키는 기적을 만들었다.
쿠팡이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 같은 국내 증시에 상장한다면 얼마의 가치로 평가될 것인가? 10조원 수준으로 평가받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쿠팡을 e커머스 및 물류회사로 정의한다면 현재 한국 해당 산업의 주식 평가 수준이 다음과 같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기준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상장 소매, 물류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살펴보자. 이마트 5조1000억원, 롯데쇼핑 3조3500억원, GS리테일 2조7000억원, 신세계 2조5000억원, BGF 리테일 2조8200억원이다. 이들 5개 대표 소매 기업의 시총 합은 14조2000억원 수준이다. 물류 대장주 CJ 대한통운의 시총도 3조9000억원이다. 결국 쿠팡의 기업가치 55조원은 현재 한국 주요 경쟁사 6개 회사 시총을 모두 합친 수치(18조1000억원)보다도 세 배 이상 많다.
카카오의 시총 44조원보다 많다. 여러분은 쿠팡이 현대자동차(52조원)보다 더 큰 시장가치를 가진 회사라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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