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가 23일 발표한 현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 남성은 16일 오전 1시5분께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철책 전방 해안을 따라 이동했다. 오전 1시38분까지 해안감시카메라 4대에 이 남성의 모습이 5회 포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때 우리 군 감시 상황실에 2회 경보음(팝업 알람)이 울렸지만 감시병은 바람 등 자연 상황에 따른 오경보로 오인해 대응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남성은 이로부터 2시간30분여간 아무런 제지 없이 철로 및 7번 도로를 따라 이동하다가 오전 4시12분부터 6분간 경계용 CCTV에 추가로 5회 포착됐다. 하지만 민통소초 감시병이 인지·식별(오전 4시16~18분)한 것은 마지막 2회뿐이었다. 결국 우리 군이 이 남성의 존재를 처음 확인한 것은 해안 상륙 후 3시간11분이 흐른 뒤였다. 이후 상부 보고가 이뤄져 작전 병력이 투입됐고, 또 3시간여가 흐른 오전 7시27분께 민통 검문소 동북방 100m 지점에서 이 남성의 신병을 확보했다. 발견 당시 이 남성은 패딩을 입고 하반신에 낙엽을 덮고 누워 있는 상태였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합참 관계자는 “현재로선 이 남성이 귀순 목적으로 월남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자세한 사항은 관계기관의 신원 조사가 마무리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참 현장조사 결과 이 남성은 이동 과정에서 해안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배수로는 동해선 철로공사 때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해당 지역 부대는 이 배수로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합참은 “조사 과정에서 이 남성이 통과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배수로 3개를 발견했는데 해당 부대의 관리 목록에 없던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7월 탈북민 김모씨가 서해·한강 하구쪽 철책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접경지역 일선 부대에 배수로 재점검 지시가 내려졌지만 결과적으로 이 지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11월 이른바 ‘철책 귀순’, 2012년 ‘노크 귀순’과 마찬가지로 육군 22사단 관할 구역에서 일어났다. 해당 부대에 대한 대대적인 문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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