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일본 도시바가 제휴 관계를 맺고 해상풍력발전의 핵심 설비를 공동으로 생산한다. 세계 시장을 장악한 유럽과 중국에 맞서는 미국과 일본 대표 에너지 기업의 연합전선이 생겨나게 됐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GE와 도시바는 해상풍력발전의 핵심 설비인 발전장치(나셀)를 공동 생산하는 제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두 회사가 기술력을 모아 도시바의 발전 계열사인 도시바에너지 요코하마 공장에서 발전설비를 공동 생산할 방침이다. 도시바가 최근 화력발전사업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하면서 남게 된 요코하마 공장의 설비와 인력을 활용할 계획이다.
수익성이 높은 발전시설의 보수·운용 서비스로 제휴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일본과 기상조건 및 해역의 지질학적 특성이 유사한 아시아 지역에 공동으로 진출하는 방안도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와 GE는 이르면 다음달 제휴관계 체결 협약을 발표할 계획이다.
미국과 일본의 에너지 대기업이 해상풍력발전 시장에서 손을 맞잡는 건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도시바는 세계적인 탈석탄 흐름에 맞춰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도시바보다 규모가 큰 GE와 해상풍력발전 핵심 설비를 공동 생산하면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GE는 육상 풍력발전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한 반면 해상풍력발전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다. 대규모 해상풍력발전 건설이 예정된 일본에 거점을 확보해 선두권과 격차를 만회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GE와 도시바는 이미 원자력발전과 화력발전 분야에서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일본 정부도 자국 기업의 해상풍력발전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실질 배출량을 '제로(0)'로 줄여 탈석탄사회를 실현할 계획이다. 2019년 19%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50년까지 50~60%로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일본 정부가 주목하는 분야는 해상풍력발전이다. 국토가 좁은 일본에서는 태양광 발전이나 육상풍력발전을 큰 폭으로 늘리기는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일본 정부는 현재 2만kW에 불과한 해상풍력발전을 2030년까지 1000만kW, 2040년까지 4500만kW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수십억엔 규모인 일본 해상풍력발전 시장이 2030년 연간 9200억엔(약 9조7232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에서는 자칫 다른 나라 기업을 배불리는 결과만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히타치, 일본제강소 등 대부분의 일본 기업들이 협소한 자국 시장규모와 수익성 부진을 이유로 해상풍력발전 시장에서 철수한 탓이다.
2019년말 세계 해상풍력발전 시장은 스페인 시멘스 가메사 리뉴어블에너지(점유율 39%), 덴마크 베스타스(15%) 중국 SE윈드(10%), 엔비전(9%), 골드윈드(9%) 등 유럽과 중국 기업 5곳이 82%를 점유하고 있다.
차세대 주력 에너지원으로 해상풍력발전을 활용하려면 자국 기업의 육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해상풍력발전소는 1기당 수만 점에 달하는 부품으로 구성돼 있어 연관산업의 파급효과도 크다.
일본 정부는 2040년까지 자국산 부품 조달비율을 60%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보조금과 세제혜택 등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고 2019년 4월 신재생에너지 해역이용법을 시행해 해상풍력발전의 근거법도 만들었다.
세계 1위 시멘스 가메사가 발전설비 조립공장을 내년도 대만으로 이전하는 등 유럽의 선두 기업들도 일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 때문에 GE·도시바 연합이 유럽 경쟁사를 누르고 일본 시장을 차지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이 신문은 진단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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