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전 거래일 대비 3% 안팎으로 올랐다. 미국엔 텍사스를 비롯한 페름분지 일대 생산 차질이 최소 2주간은 계속될 전망이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간 원유 감산 이견도 커지고 있는 영향이다.
23일 오전 10시2분 국제 원유시장 벤치마크인 북해산 브렌트유는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65.48달러에 거래됐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근월물은 61.49달러에 손바뀜됐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미국 1분기 에너지 생산량이 최근 텍사스발 동파사태로 상당한 영향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현재 미국 남부 셰일오일 생산기업들만해도 일평균 200만배럴 규모 생산 타격을 받은 상태"라며 "이들은 완전히 생산 재개에 돌입하기까지는 최소 2주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여러 에너지기업들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다이아몬드백에너지는 최근 한파로 약 4~5일간 생산량이 이번 분기 실적에서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옥시덴탈은 최근 한파로 인해 약 2만5000만배럴 가량이 생산 타격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두 기업은 각각 시외거래에서 주가가 5.4%, 4% 빠졌다.
시마렉스에너지는 기존 예상한 1분기 생산량의 최대 7%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생산장비에서 추가 동파 피해가 발견될 경우 손해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리터부쉬&어소시에이츠의 짐 리터부쉬 대표는 "페름분지 일대에서 원유·가솔린 생산회복이 빨리 이뤄지지 않으면서 향후 일주일간은 유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22일 러시아 RIA통신은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 관련 협상을 앞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며 "사우디는 현재 수준으로 감산폭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RIA는 러시아의 입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보도하지 않았다.
사우디와 러시아 에너지당국 수장들은 앞서 OPEC+ 감산을 놓고 각각 다른 입장을 밝혔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석유 수요가 개선되고 있고, 코로나19 백신 보급률도 높아지고 있다"며 러시아 등이 석유 생산을 점차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장관은 "여전히 시장 불확실성이 크다"며 "산유국들이 섣불리 나서선 안된다"고 말했다.
양국은 작년 말부터 이견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 감산회의를 앞두고도 같은 얘기가 나왔다. 당시 OPEC+은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만 총 7만5000배럴 규모 감산 축소를 허용하고, 사우디는 자체 100만배럴을 더 감산하는 식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일각에선 다음달 회의에서도 양국이 줄다리기 끝에 감산 협의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면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사우디가 다음달부터는 자체 감산을 끝낼 수 있어서다. 유가가 오르는 와중에 사우디만 대규모 감산을 하고 있으면 사우디에겐 '남 좋은 일'이 된다. WSJ는 지난 17일 사우디가 다음달부터 자체 감산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올 2분기와 3분기 브렌트유가 각각 배럴당 70달러, 75달러에 거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전 전망보다 배럴당 10달러씩 가격 목표를 상향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에너지 수요는 오는 7월 말께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며 "반면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량은 상당히 비탄력적이라 공급이 수요 증가세에 발맞추지 못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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