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주택공급확대를 목표로 도입한 공공재개발이 순항할 가능성이 커졌다. 1,2차 공모를 통해서만 30곳 이상이 후보지로 선정돼 공공재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구역들이 동의율 등을 충족해 사업을 진행할 경우 3만가구 이상이 공급 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상대적으로 노후도가 높은 정비해제 구역이 탈락하는 등 후보지 선정의 적정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24일 정비업계와 각 자치구에 따르면 2차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총 28개 구역이 서울시에 최종 추천된 것으로 조사됐다. 공모신청 구역 47곳중 60%에 해당하는 규모다.
노후 저층주거지가 밀집해 있는 성북구와 영등포구가 각각 4곳으로 추천 후보지수가 가장 많았다. 성북구에선 성북1 장위8 장위9 성북4구역이, 영등포구에선 신길1 신길밤동산 신길16 도림동 등이 후보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용산구에서 한남1구역 한 곳이 추천됐다. 마포구에선 아현1 대흥5구역이, 성동구에선 금호23 하왕십리구역 등이 후보지로 이름을 올렸다. 강남권에서는 단독주택 재건축 등이 추진되다 무산된 강동구에서 천호1, 고덕2-1. 고덕2-2구역이 최종 심사를 받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28개 구역은 다음달 말 ‘국토부·서울시 합동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 선정위원회’를 거쳐 최종 선정 여부가 결정된다. 정비업계에서는 해당 구역들이 최종 후보지 선정을 위한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평가했다. 후보지 추천이 됐다는 것은 재개발 사업 추진의 가장 큰 관문으로 꼽히는 정비구역지정요건 등을 충족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선정위원회에서는 사업계획의 적정성 등을 추가로 검토하게 된다”며 “해당 지역들은 이미 서울시 도시계획상의 요건을 충족하고 있고 사업추진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있어 상당수가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공공재개발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시행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주고 대신 임대주택 등을 기부채납하도록 한 정비사업 방식이다. 후보지로 선정됐더라도 실제 사업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주민 3분의 2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지난달 기존 정비구역 8곳을 1차 사업지로 선정한 데 이어 3월중 2차로 신규 사업지를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2차 후보지는 정비구역에서 해제됐거나 아직 지정되지 않은 신규구역이 대상이다.
특히 주택 노후화가 심각한 해제구역의 상당수가 심사에서 미끄러져 심사기준에 대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탈락한 곳 가운데 과거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해제된 구역은 성북구 장위11, 장위12, 성북5, 삼선3, 종로구 숭인1 등 다섯곳이다. 지난 10월 LH로부터 건물 노후도 등 사전 타당성 검사를 받은 성북5구역은 건물 노후도는 84%, 연면적 노후도는 44%에 달한다.
탈락한 구역에선 2015년 만들어진 서울시 ‘2025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는 2025도시계획을 통해 연면적 기준과 주거정비지수를 새로 도입하는 등 노후도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실제 이 같은 개정이후 신규 구역지정이 이뤄진 사례는 한 곳도 없었다.
모현숙 성북5구역 재개발추진준비위원장은 “지금 기준대로라면 건물 노후도가 84% 육박하는 데도 성북5구역을 개발할 방법이 없다”며 “구역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해 노후도가 더 높은 지역은 떨어지고 낮은 지역은 추천이 된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성북5구역보다 노후도가 낮은 성북1구역은 이번에 후보지 명단이 이름을 올렸다. 과거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돼 2025도시계획이 아닌 2010도시계획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행법과 원칙에 따른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심사과정의 문제는 없다”면서도 “탈락한 곳들은 구역을 조정하거나 향후 기준완화 등이 이뤄지면 재도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연말로 예정된 ‘2030서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주택재개발부문)’에서 재개발 구역지정요건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