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기자와 만난 정순균 서울 강남구청장(70·사진)은 최근 부동산 정책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정책의 타깃이 ‘강남 집값 잡기’로 설정되면서 불만을 쏟아내는 구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강남의 집값은 다른 지역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부동산 정책의 시작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원리에 따라 물류와 인구가 집중돼 주거 수요가 많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다른 곳보다 높은 것은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정 구청장은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강남에 집중된 규제를 하루빨리 풀어줘야 한다”며 “강남은 뉴욕의 맨해튼, 상하이의 푸둥과 경쟁해야 할 ‘국제도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을 맞추고 집값을 인위적으로 억누르기 위해 도시를 하향평준화해선 안 된다”며 “수도권과 지방, 서울과 경기, 강남과 강북에 각각 차별화된 부동산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구청장이 지적하는 대표적인 규제가 ‘35층 룰’이다. 35층 룰은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라 상업지역이 아닌 주거지역 내 아파트 등의 최대 높이를 일률적으로 35층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정 구청장은 “이 규제를 풀면 노후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사업성이 올라가 공급이 늘어나고, 서울의 스카이라인도 재정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활성화로 특정 개인과 지역에 과도한 이익이 쏠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 구청장은 “수요와 공급이 맞아야 시장이 안정된다”며 “공급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되, 특정 개인이 과도한 이익을 얻는다면 강남은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구조를 만들면 된다”고 했다.
정 구청장은 강남지역 신규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1종전용주거지역으로 묶여 있는 역삼동 국기원 인근과 삼성동 경기고 인근 등 부지 네 곳의 용도지역 상향을 최근 국토교통부에 요청했다. 전용주거지역은 일반주거지역에 비해 용적률과 건폐율 규제가 깐깐해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30년 이상 저층 단독주택이 대부분인 전용주거지역에서 규제를 풀면 양질의 주거공간을 대거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주거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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