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고효율 태양전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 연구진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진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을 크게 높이는 핵심 소재를 개발해 과학 권위지 ‘네이처’ 25일자 표지 논문으로 실었다. 천연 광물 소재 페로브스카이트로 만든 이 태양전지는 현재 주로 쓰이는 실리콘 태양전지에 비해 가격이 싼 데다 가볍고 유연해 차세대 대체에너지 생산설비로 주목받아왔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연구가 이어지면서 상용화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장원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0.1㎠ 면적 기준 25.2%의 효율을 내는 데 성공했다. 2019년 9월 미국신재생에너지연구소(NREL) 집계 기준 세계 최고 기록이다. 연구팀은 당시 연구 결과를 분석·정리해 네이처에 투고했다.
태양전지 효율을 올리기 위해선 전압과 전류를 높이는 게 핵심이다. 연구진은 전압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전자수송층 소재를 개발했다. 기존 소재보다 결함이 적은 구조로 전자의 이동을 수월하게 했다. 전자가 잘 이동하면 전지의 전압이 높아진다. 높은 전류를 위해선 빛을 더 많이 흡수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를 합성해냈다.
태양전지 상용화를 위해선 큰 면적에서도 높은 효율을 내는 게 중요하다. 연구팀은 1㎠ 소자 기준에서도 23%의 효율을 기록했다. 이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서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효율 향상이 더 이뤄진다면 26% 이상의 효율을 내는 것도 가능해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의 최고 효율에 근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짧은 수명과 낮은 안정성 문제는 상용화의 걸림돌이다. 서 책임연구원은 “작은 단위소자에서 안정성 문제는 상당 부분 개선된 상황”이라며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상용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신성식 한국화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이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서갑경 학생연구원, 유정원 전문연구요원이 공동 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등의 지원을 받았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