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1년 이상 흘렀고, 해가 바뀌어 다시 2월이 지나간다. 이맘때면 겨우내 볼 수 없던 은하수가 새벽에 떠오른다. 새벽녘의 은하수는 별 보기를 시작하는 한 해를 알리며 밤잠을 설칠 만큼 멋진 장면을 연출한다. 단지 보현산천문대에서는 동쪽과 이어진 남쪽 하늘이 도시 불빛 때문에 밝아서 은하수가 수평선과 지평선에 닿은 환상적인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은하수를 보려면 시간이 조금 더 흘러서 고도가 높아져야 하는데 그러면 해가 뜨는 시간과 가까워져서 하늘이 밝아져 버린다. 따라서 보현산천문대에서는 2월 하순이 지나야 은하수를 쉽게 볼 수 있지만, 별을 보는 사람들은 2월 초순이면 경쟁적으로 은하수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가 편의상 계절별 별자리를 이야기하지만 지구의 자전과 밤의 길이를 고려하면 3월에는 전 계절의 별자리를 하룻밤에 다 볼 수 있으며, 기온도 다소 올라가서 별 보기가 한결 쉬워진다.
올 2월은 맑은 날이 유난히 많다. 별 보는 사람은 관측을 많이 할 수 있어서 좋겠지만, 밤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 힘들 것이다. 관측을 하다 보면 날씨가 안 좋아서 관측하지 못하는 날만큼 싫은 경우가 없다. 그런데 천문대에 관측하러 가서 배정받은 기간 내내 밤을 새워 관측하는 것도 무척 힘들어서 하루도 못 하는 것 다음으로 두 번째로 싫어하는 경우라고 농담을 한다. 그냥 하루쯤 흐려서 쉬고 싶다는 즐거운 투정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후는 연중 맑은 날이 40%를 넘지 못한다. 천문대 관측 기록으로 보면 이보다 더 낮다. 별 보기를 즐기는 사람에겐 달이 밝은 날도 좋지 않다. 또 대부분 직장인이기 때문에 일부러 시간을 낼 수 있는 날을 고려하면 관측할 수 있는 맑은 날 하루의 가치는 훨씬 높아진다.
겨울은 별 보는 사람들에겐 참 좋은 계절이다. 밤이 길어서 여름보다 두 배 정도 더 오래 별을 볼 수 있고, 맑은 날이 다른 계절보다 많아서다. 예전 기억으로 2월엔 별을 보는 날이 절반 정도였지만 올해는 그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들쑥날쑥한 기온 때문에 애를 먹었다. 영하 20도 아래로 뚝 떨어지기도 하고, 다시 영상 10도를 웃돌기도 하는 등 기온 변화가 극심했다. 맑은 날 밤이면, 추워도 너무 추워서 1100m 고지의 천문대에서는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서지 못한 지 오래다.
연구실에 앉아 관측하는 연구자도 힘든데 야외에 망원경과 카메라를 펼쳐놓고 별을 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 겨울철 별 보기는 별 보기를 진짜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취미다. 극한 직업을 논하지만, 어찌 보면 겨울철 별 보기는 극한 취미다. 그러니 날이 맑으면 별을 보러 나서는 별 보기 전문가들을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전영범 <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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