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카산드라’를 트위터 별칭으로 쓰는 미국 월가의 투자 고수가 있다. 영화 ‘빅쇼트’에서 크리스천 베일이 연기한 실제 인물인 마이클 버리 사이언자산운용 창업자다. 버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미국 주택시장 붕괴를 예견해 ‘대박’을 쳐 유명해졌다.
그런 버리가 요즘 연일 증시 ‘거품’ 붕괴 가능성을 경고해 눈길을 끈다. 지난 22일 “증시가 칼날 위에서 춤추고 있다”고 우려한 데 이어, 다음날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인플레이션 위험성을 경고한 1980년 연례 주주서한을 트위터에 공유했다. 전 세계 자본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테슬라와 국내 개미들이 ‘돈 언니’라고 부르는 캐시 우드의 운용사 아크인베스트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버리는 “테슬라가 올해 90% 폭락해도 증시는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아크에 대해선 “게리 필그림(닷컴버블 붕괴로 몰락한 1990년대 유명 펀드매니저)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월가의 고수들이 모두 버리처럼 생각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가뜩이나 인플레 우려로 증시가 불안한 마당에 소위 ‘역(逆)베팅의 귀재’가 확신에 차 목소리를 높이니, 무게감이 만만치 않다. 마침 미국에선 테슬라와 이 종목 투자비중이 높은 아크의 ‘이노베이션 상장지수펀드(ETF)’가 급락하고, 한국도 어제 코스피지수 3000선이 무너졌다.
증시가 버리의 예측대로 흘러갈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미 중앙은행(Fed)이 아무리 떠받쳐도 실물경제 뒷받침이 없는 거품은 터진다는 점과 우드도 신(神)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금은 쏠림이 심할 때 남들보다 먼저 변화를 감지하는 ‘증시 카산드라들’의 경고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투자 귀재’ 버핏이 작년 4분기에 기술주(애플)를 팔고 대거 사들인 종목이 조정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통신주(버라이즌)와 에너지주(셰브런)였다는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송종현 논설위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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