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계가 탈석탄사회 실현을 위해 일본 정부가 원자력발전소의 신설·증설에 앞장서줄 것을 촉구했다.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원전 없이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실질 배출량을 '제로(0)'로 줄이는 탈석탄사회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산업상의 자문기구인 종합자원에너지조사회는 24일 주요 경제단체들을 초청해 분과회를 열고 의견을 청취했다.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 3대 경제단체 일본상공회의소, 일본 최대 노조연합 렌고, 일본 최대 소비자 단체인 전국소비자단체연락회 등이 참석했다.
분과회에서 경제단체들은 일본 정부가 올 여름 확정하는 에너지기본계획에 원자력발전의 적극적인 추진을 명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일본 정부는 2018년 수립한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라 현재 6%인 전체 전력원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2030년까지 20~22%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원전 30기 이상을 가동시켜야 하는데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원전 폭발사고 이후 가동 중인 원전은 9기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는 당분간 재가동에 초점을 맞추고 신설 및 증설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오치 히토시 게이단렌 부회장은 "원전은 안정공급, 경제효율성, 환경문제 측면의 균형이 우수하다"며 "정책적으로 원전의 신증설과 노후 원전의 재건축을 지원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정한 원전의 가동연한은 40년이다. 예외를 인정받을 경우 1차례 연장해 60년까지 가동할 수 있다. 2060년이면 일본의 원전 36기 가운데 33기가 가동연한 40년을 채운다. 60년까지 예외를 인정받더라도 가동 가능한 원전은 8기다. 원전을 새로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오치 부회장은 "기업의 원전 기술과 인재를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다는 강한 위기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무라 아키오 일본상공회의소 회장도 "안전성이 담보된 원전은 필수적"이라며 "국가가 전면에 나서서 원전 대책을 진전시켜줄 것을 강하게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 정부는 원전 대책을 지방자치단체와 전력회사에 맡기고 있다.
노조 단체인 렌고의 고즈 리키오 회장도 "중장기적으로는 원전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면서도 "대안 전력원을 확립할 때까지는 원전 재가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후타무라 지카코 전국소비자단체연락회 이사만 "원전에 의존하지 않도록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원전 신증설에 반대했다.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50~60%까지 끌어올리려는 정부 정책에는 경제단체들도 대체로 동의했다. 다만 오치 게이단렌 부회장은 "기후에 좌우되는 신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무라 일본상공회의소 회장도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를 정해진 가격에 사주는 제도(고정가격매수제)로 인한 국민부담이 연간 2조4000억엔(약 25조원)에 달한다"며 에너지 비용 상승이 산업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일본 정부는 3년마다 중장기 발전소 구성비중을 조정하는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한다. 올 여름 제6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