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EF 운용사들 사이에선 이번 PEF 규제완화로 해외 PEF와의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 '10%'룰에 따라 국내 경영참여형 PEF는 지분 10% 이상을 6개월 이상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했다. 법상 예외적으로 ‘임원의 임명 등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사실상의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투자자는 10% 미만 투자가 가능했다. 이 때문에 통상적으로 투자 기업의 사외이사 자리를 요구하는 조건으로 투자가 집행됐다.
문제는 소수지분 투자를 진행하면서 이사 자리를 요구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점이다. 기존 대주주와 경영진 입장에서 외부 인사의 이사진 편입은 껄끄러운 문제일 수밖에 없다. 특히 상장사의 경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야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운 점도 제약요소로 거론됐다. 반면 해외 PEF운용사는 이같은 지분 규제에 해당되지 않다보니 상대적으로 유연한 투자 구조를 제시할 수 있었다.
국내PEF들도 '경영참여형 PEF'의 설립 목적상 일정 지분을 보유하거나 이사진 참여는 '기업가치 개선' 측면에선 일정정도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설립 목적 자체가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해 8~10년간 중장기 기간동안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PEF들은 이를 자율적으로 협상장에서 조율하는 것과 법으로 규정하는 점은 다른 문제라 토로해왔다.
한 국내 PEF업계 관계자는 "예를들어 몸값이 55조원까지 거론되는 쿠팡이 PEF를 대상으로 상장전지분투자(Pre-IPO)를 진행한다고 가정하면 수천억원을 투자해도 PEF가 확보할 수 있는 지분율은 10% 미만"이라며 "그런데 아마존을 벤치마킹하겠다며 이사진 12명 중 10명을 글로벌 인사로 채워넣은 쿠팡에 외부 PEF의 한국인 운용역 이사진 자리를 선뜻 요구할 수 있을지부터가 걸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 진행된 국내 선두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의 투자 유치 과정에선 글로벌 PEF운용사 TPG와 홍콩계 PEF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각각 낙점됐다. 두 운용사는 각각 2500억원을 투입해 2.7%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국내 규정대로라면 이사진 합류가 필수적이지만, 양 사 모두 별도의 사외이사 선임 요구는 없었다.
같은해 홍콩계 PEF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베어링PEA도 신한금융지주에 각각 6000억원을 투입해 각각 지분 3.8%가량의 지분을 확보했다. 당시 신한 측에 사외이사 선임 등을 요구한 PEF가 입찰 과정에서 탈락한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에도 초기 투자자로 2대주주에 올라 있는 TPG는 이사회에 합류해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있지만, 최근 3대주주로 합류한 칼라일(지분율 6.7%)은 별도의 이사회 의석을 배정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칼라일이 복수의 FI들과 경쟁 끝에 투자에 성공한만큼 별도 이사회 의석을 요구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관전평도 나온다. '10%룰'에 묶여 있는 국내 운용사의 경우 기존 규제 하에선 시도조차 못하는 투자 구조인 셈이다. 최근 진행 중인 케이뱅크 투자유치에도 다수의 PEF가 10% 미만의 지분율을 나눠 보유할 예정이다. 별도의 이사 선임 의무가 없는 글로벌PEF들이 협상 과정에서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번 개편안으로 개인대출을 제외한 대출 업무도 허용하는 등 운용 수단에 대한 제한이 대부분 사라지는 점도 국내PEF 업계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해외 PEF들은 국내 기업 투자에서 지분 투자 뿐 아니라 대출(Loan)도 자유롭다보니 유망한 투자처일 경우 투자 구조를 자유롭게 짤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대주주 지분율이 취약해 지분 희석을 꺼려했던 중견기업들엔 중금리 대출을 제공하면서 일부 지분 투자를 병행하는 구조를 제시할 수 있었다.
글로벌 PEF 중 베인캐피탈이 주로 경영권을 인수하는 바이아웃(Buy-out)펀드와 별도로 크레딧(Credit)펀드를 통해 활발히 영역을 넓혀왔다. 현행 규제가 완화될 경우 국내PEF도 경영참여, 대출, 메자닌 등 다양한 투자구조를 설계해 경쟁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국내 PEF가 전환사채(CB) 등 메자닌 방식으로 투자하더라도 2년 내에 투자 자산 절반 이상을 주식으로 전환해야 했던 조항도 이번 개정안으로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 회수 시기와 전략이 열려있었던 해외 PEF 대비 국내 PEF들은 2년내 주식 전환을 가정해 두고 회수 방안을 고민해야 했다.
국내 PEF들은 환영의 목소리가 크지만 일각에선 본격적인 운용사간 차별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전평도 나온다.
다른 국내 PEF 운용사는 "법상 이사진 선임이 사실상 강제된 게 PEF에 제약이 된 점이 더 컸지만 일정부분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방어막 역할도 했다"라며 "규제가 풀리면 이사진 요구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투자 기업과 내밀한 네트워킹을 보유하거나 확실한 밸류업 역량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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