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출산율 0.84명'이란 충격적인 저출산 성적표를 받아든 한국이 2045년엔 세계에서 가장 빨리 인구가 감소하는 나라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점엔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라는 불명예까지 더해진다.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전년(0.92명)보다 0.08명 하락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한국은 2018년 출산율도 0.98명으로 전세계에서 유일한 0명대 출산율 국가가 됐는데 상황이 더 악화한 것이다.
작년 출산율 0.84명은 통계청이 2019년 장래인구추계(중위 추계 기준)에서 예상한 0.90명보다도 낮은 것이다. 통계청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만든 '저위 추계'상 출산율(0.81명)에 더 가까웠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저출산 추이가 저위 추계에 비슷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작년 결혼 건수가 급감하고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저위 추계가 현실이 되면 인구 감소 속도가 너무 빨라 국가경쟁력이 뿌리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기본 예상, 즉 중위 추계상으로 한국의 총인구는 2029년에 처음 감소한다. 이후 인구가 계속 줄어 2045~2050년엔 연평균 감소율이 0.75%에 이르게 된다.유엔의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45~2050년 한국의 인구 감소율은 전세계 235개국 중 14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저위 추계를 따라가면 2020~2025년(-0.16%)부터 인구가 감소하고 2045~2050년엔 연평균 감소율이 1.05%까지 커진다. 전세계 1위다. 같은 시기 일본(-0.69%), 대만(-0.58%) 등 전통적인 저출산 국가보다도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연평균 인구 감소율은 2050~2055년(-1.33%), 2055~2060년(-1.58%)에 더 커져 세계 1위를 계속 유지할 전망이다.
2045년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작년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7%로 235개국 중 46위다. 하지만 2045년엔 37%를 넘겨 일본(36.7%)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된다. 2045년 노인 인구 비중은 중위 추계(37.0%), 저위 추계(37.7%) 가릴 것 없이 일본보다 높다. 2067년이 되면 노인 인구 비중은 47.5%(저위 추계 기준)까지 치솟는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 노인으로 채워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과거에도 미래에도 인구는 한 나라의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라고 지적한다. 아무리 인공지능(AI) 같은 혁신적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가 오더라도 혁신을 창출하는 주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인구가 급격히 감소한다는 얘기는 그만큼 혁신 창출의 원천을 잃어버린다는 얘기와 같다는 것이다. 상품·서비스를 구매하려는 수요도 급감할 수밖에 없다. 경제의 핵심 구성 요소인 수요, 공급 가운데 한 축이 무너진다는 얘기다. 세계 각국이 저출산과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특단의 대책들을 추진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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