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순·례…해장국부터 바게트까지 비건 맛집을 가다

입력 2021-02-25 17:31   수정 2021-03-05 18:30


948곳. 서울시가 집계한 채식 식당 숫자다. 한국채식협회에 따르면 국내 비건은 2008년 15만 명에서 2019년 150만 명으로 10배 늘었다. ‘비건 라이프’는 2030세대에게 하나의 큰 흐름이 됐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국방부는 올해부터 입영하는 채식주의자, 이슬람교도 병사를 위해 ‘비건 식단’을 제공한다고 작년 12월 발표하기도 했다.

채식을 단순히 채식주의자의 식단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당뇨 등 건강상의 이유로 채식 식당을 찾는 사람부터 주 1~2회 채식으로 몸을 다스리는 ‘간헐적 채식주의자’까지 채식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서울시 채식 식당 가이드북》을 펴내고 서울시 사이트 내에 지역별, 분류별로 원하는 식당을 검색할 수 있는 페이지를 개설했다.
“채식=맛없다” 공식 잊어라
채식 식당이 가진 직관적인 이미지는 ‘맛없다’는 것이었다. 동물성 단백질에 길들여져 있는 사람들의 입맛을 바꾸는 건 쉽지 않은 일로 여겨졌다. 하지만 실리콘밸리를 시작으로 식물성 단백질 연구가 진행되면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육향과 불맛이 나는 식물성 버거 패티, 액상으로 만들어진 식물성 달걀 등이 식재료로 유통되고 있다.

국제채식연맹이 정한 채식 유형으로는 △동물성 식품은 먹지 않고 과일·채소 등 식물성 식품만 먹는 순수 채식인 비건 △식물성 식품과 유제품(우유·치즈·버터 등)을 먹는 락토 △식물성 식품과 달걀을 먹는 오보 △식물성 식품과 유제품, 달걀을 먹는 락토오보 △식물성 식품과 유제품, 달걀, 해산물까지 먹는 페스코가 있다.

채식을 택하는 이유는 동물과 환경 때문이다. 특정 음식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 착안해 우유와 버터를 사용하지 않은 베이커리, 100% 식물성 재료로 안주를 만드는 술집, 식물성 햄버거 판매점, 채식 해장국 전문점 등도 크게 늘고 있다.
채식 감자탕·해장국까지
서울 시내 채식 식당은 도심 번화가에 밀집해 있다. 강남구에 110곳(11.6%)으로 가장 많고, 종로구 70곳(7.4%), 송파구 68곳(7.2%), 마포구 57곳(6%), 용산구 54곳(5.7%), 서초구 52곳(5.5%), 중구 47곳(5.0%) 순이다.

우유와 버터 등을 주재료로 하는 베이커리는 채식으로 전환한 사람들이 가장 그리워하는 먹거리였다. 이들을 위한 빵집도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의 빵집’은 밀가루와 버터 없이 빵을 만들고 오일이나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 초코 크림을 사용한다. ‘포포브레드’는 버터, 우유, 달걀, 정제설탕, 유전자변형식품(GMO)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쌀가루와 유기농 밀, 천연발효종으로 바게트, 치아바타, 캄파뉴 등 식사빵을 만든다.

비건 한식당 ‘제로비건’은 채식 해장국 전문점이다. 속풀이용 ‘칼칼해장국’과 ‘노루궁뎅이보양해장국’ ‘토마토해장국’ ‘더덕곰탕’ ‘채식감자탕’ 등 대중적인 한식 메뉴를 비건으로 구현했다. ‘수카라’는 홍대 앞에서 15년 넘게 제철 재료로 건강식을 만들어온 카페다. ‘델리 카페 수카라’로 이름을 바꾼 뒤 모든 요리를 채소로 만드는 비건 반찬가게로 바뀌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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