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오해로 가득 찬 재난지원금 논쟁의 이해

입력 2021-02-25 17:56   수정 2021-02-26 00:08

재난지원금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전례 없는 코로나 팬데믹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원 방식이나 총량에 대한 견해차가 큰 이유는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대규모, 무차별 지원을 하자는 주장은 지금은 위기 상황이므로 재정을 퍼부어서라도 소비를 늘리면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견해인 것으로 보인다. 과연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은 바람직할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경제성장률에서 정부의 기여율은 무려 80%에 달했다. 이 수치는 자료 활용이 가능한 1971년 이후 글로벌 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환위기가 일어났던 1997년보다 높다.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위기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재정 의존증에 빠졌고, 코로나19를 맞아 더 심각한 재정 중독증에 빠졌다. 막대한 재정 투입으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재정 중독증에서 조금 덜한 재정 의존증으로 다시 가자는 것일 뿐이다.

재정 중독은 병이 아니라 약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110% 정도인데, 한국은 40% 정도이므로 엄청난 여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OECD 국가의 국가부채 비율 통계에서 2019년 말 자료가 가용(可用)한 국가는 29개국이다. 이들 국가의 평균은 77.1%다. 29개국에서 주요 기축통화국(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스위스) 7개국을 제외하면, 22개국의 평균은 65.1%다. 여기에서 재정위기를 겪었고 아직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남유럽 3국을 제외하면 평균은 53.4%로 하락한다. 이 자료에서 2019년 한국의 추정치는 42.2%다.

국간 간 부채 비율 비교에는 두 가지 포인트가 있다. 먼저 비교 대상 국가다. 책임 있는 당국자라면 우리나라를 외환위기나 재정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주요 기축통화국과 비교하지는 않을 것이다. 재정위기에 빠져서 세계의 문제아 국가가 된 나라와 비교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와 비슷한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평균 수준으로 근접해 가고 있었고, 지금 추세라면 조만간 평균보다 높아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로 인한 지출 증가나 세수의 급속한 감소를 반영하지 않아도 이미 경계 태세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어떤 평균을 쓸 것인가 하는 점이다. 위에서 제시한 평균은 모두 단순평균이다. OECD 국가의 부채 비율 평균을 100~110%로 계산하는 방식은 짐작하건대 각국의 경제 규모를 감안한 가중평균인 것으로 보인다. 세계 전체의 국가부채 변화를 계산할 때는 가중평균을 사용하는 것이 타당할 수도 있으나, 국가 간 부채 비율 비교에서는 가중평균을 사용할 근거가 거의 없다. 국회예산정책처 데이터시스템에서는 OECD 국가의 부채 비율 평균으로 단순평균을 사용한다. OECD 통계에서도 OECD 국가의 조세부담률 평균을 단순평균으로 제시하고 있다. 의도적인지 알 수는 없으나 가중평균을 사용하는 110%는 부채 수준의 국가 간 논쟁에서 사용하지 말아야 할 수치다.

코로나19 이전의 재정 의존증에서 지금의 재정 중독증으로 심화됐다가, 다시 재정 의존증으로 복귀하는 계획으로는 대한민국 경제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병에 걸려도 언제든지 치료가 가능한 환자와 엄청난 병에 걸린 환자가 잔뜩 섞인 그룹과 우리를 비교해서 우리가 건강하다고 우기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성이 아니라 추락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재정에 대한 긴장감을 잃지 않고, 민간의 힘을 이용해 경제를 다시 뛰게 해야 한다. 아는 것일까, 알면서도 안 하는 것일까, 못하는 것일까? 여전히 이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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