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권좌에 앉았던 독재자들이 주로 의지했던 권력 수단은 숭배와 공포였다. 특히 개인숭배는 독재자들이 가장 애용했던 방법이다. 개인숭배의 목적은 확신을 주거나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혼란을 주고, 상식을 파괴하고, 복종을 강요하고, 개인의 존엄성을 짓밟기 위함이었다. 사람들은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해야 했고, 다른 사람을 감시했다. 지도자에 대한 헌신을 표현하지 않는 사람을 비난해야 했다.
중국 현대사 연구자인 프랑크 디쾨터 홍콩대 인문학 석좌교수는 《독재자가 되는 법》에서 20세기 대표적인 독재자 8명의 흥망성쇠를 개인숭배의 관점에서 조명한다. 공포와 폭력만으로는 일시적으로밖에 권력이 유지되지 못한다. 개인숭배가 더해져야 전제정치가 전 국민에 의해 합의된 것처럼 보이고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독재자들은 세심하게 연출된 이미지를 통해 자신들을 메시아처럼 포장했다. 무솔리니는 자신이 이탈리아에서 가장 위대한 배우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저녁마다 특정한 몸짓과 자세를 세심하게 연구했다. 또한 자신의 개인 영사실에서 뉴스 보도 내용을 사전에 검열하면서 편집에 직접 참여했다. 모든 영화관은 무솔리니의 뉴스를 의무적으로 상영해야 했다. 히틀러는 신비주의적인 유사종교로 나치즘을 이용했다. 그는 신과 같은 이미지를 확산시켰다. 그의 자서전 《나의 투쟁》은 성경처럼 취급됐다.
독재자들에게 이데올로기는 자신에게 믿음을 보여주는 충성 도구에 불과했다. 공산주의 독재국가에서는 마르크스주의가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형됐다. 마오쩌둥은 노동자가 아니라 농민을 혁명의 선봉에 세웠다.
저자는 독재자들은 원래 나약한 존재라고 말한다. 그들은 측근을 두려워해 항상 의심하고 숙청했다. 그들이 강했더라면 굳이 독재자가 될 필요 없이 다수의 선택을 받아 지도자로 선출됐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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