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불국사·해인사…힐링되는 사찰여행

입력 2021-02-25 17:45   수정 2021-02-26 02:32

학창 시절 수학여행 필수 코스인 경주 불국사. 학생들로 늘 북적인다. 삼삼오오 마당을 떠돌다 단체사진을 찍고 홀연히 사라진다. 이름난 다른 사찰도 마찬가지다. 여느 관광지처럼 휙 돌고나면 남는 것은 사진뿐. 공부와 성찰의 여유가 없다.

여행작가 남민이 쓴 《꼭 한번은 가봐야 할 사찰》은 전국 50여 개 사찰에 담긴 역사와 과학, 예술과 건축 미학 등을 두루 소개한다. 저자는 “사찰의 진가를 발견하는 관찰여행을 떠난다면 자신도 모르게 성찰에 이를 것”이라며 “성찰을 통해 인생을 갈고 다듬을 의지가 생긴다”고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불국사는 ‘부처님의 궁전’이다. 극락전·대웅전·비로전에는 각각 아미타불, 석가모니불, 비로자나불이 모셔져 있다. 그는 “불국사는 신라인의 과학·예술·불교 양식을 집대성한 걸작으로, 조각은 물론 석축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고 추천한다.

미리 공부하고 찾아가면 사찰이 다시 보인다. 저자는 국내 대표 사찰과 함께 문화·역사·절경·소원성취·성찰·국보·적멸보궁(부처님 사리를 모신 법당)·신화·도전·여승 등 열 가지 주제에 맞춰 사찰들을 소개한다.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고 있는 합천 해인사 등 국보를 품은 사찰들을 엮는 식이다.

사찰에 담긴 일화도 흥미롭다. 경남 하동 칠불사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진다. 가락국(금관가야)의 김수로왕 내외가 출가한 일곱 명의 왕자를 보려고 절을 찾아왔지만 수도 중이라 거절당했다. 그러자 왕은 절 안에 연못을 파고 물가에 비친 모습을 통해 서로 소통했다고 한다. 저자는 “우스갯소리로 2000년 전 열린 ‘비대면 화상회의’라 부를 법하다”고 설명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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