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명품을 찾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Z세대 통칭)가 모바일에서 2배 가까이 급증하면서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후발 업체들의 사용자 증가가 기존 업체들을 압도한 것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유행하던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 플렉스(부나 귀중품을 과시하는 문화) 등 소비행태에 이어 명품 시장에 전자상거래를 활용한 가성비(가격 대비 높은 성능) 트렌드가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28일 한경닷컴 뉴스랩이 모바일인덱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트렌비·머스트잇·필웨이·발란·디코드 등 주요 5개 명품 커머스의 안드로이드 앱 사용자 수는 26만1225명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월(13만3911명)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모바일인덱스는 모바일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으로 사용자 수를 산출한다.
그전까지 선발주자인 머스트잇이 앱 시장에서 1위를 달려왔지만, 지난해 7월부터 후발주자인 트렌비에게 역전됐다. 트렌비의 지난해 1월 사용자 수는 1만8684명으로 머스트잇에 한참 못미친 3위였지만, 1년 만에 6만8705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68% 급증하며 1위에 올랐다. 발란과 디코드 사용자도 각각 270% 성장했다. 반면 머스트잇은 전년 동월 대비 10.6% 감소했고, 필웨이는 92.8% 상승했지만 트렌비·발란·디코드 3개 업체 성장에는 못 미쳤다.
트렌비와 디코드는 2016년, 발란은 2015년 각각 창업했다. 필웨이가 2002년, 머스트잇이 2011년 창업한 것과 비교하면 3개 업체는 명품 커머스 후발주자에 속한다.
코로나19 후 후발업체와 선발업체 간 희비가 엇갈린 양상이다. 신생 업체들의 공격적인 전략이 소비자들의 환심을 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트렌비는 자체 개발한 검색엔진인 트렌봇을 통해 전세계 온라인 편집숍의 가격표를 찾아내고, 최저가 나라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기술 전략이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심비와 가성비를 둘 다 잡으려는 2030세대를 공략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2019년 기준 연간 매출은 필웨이 142억, 머스트잇이 69억원, 트렌비가 48억원 등 순이었다. 코로나19 후 사용자 수 변화에 따라 매출 판도에도 변화가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모바일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5개 명품 커머스의 남녀 사용자 수를 분석한 결과, 업체별로 차이는 있었지만 대체로 2030대 남녀 비중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머스트잇과 디코드의 경우, 20대 남성 사용자 비중이 30%에 가까워 가장 높았다. 필웨이는 30대와 20대 남성 사용자 비중이 각각 1·2위를 기록했다. 트렌비와 발란의 주 사용자는 20·30·40대 여성이었다.
온라인 시장은 가격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에 젊은층의 가성비 선호 수요를 촉진시킨 것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트렌비의 최저가 검색이 시장의 선택을 받은 이유도 이 같은 배경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해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MZ세대 2233명을 대상으로 소비성향 조사를 실시하고 결과, 가성비를 선호하는 비율은 51.2%, 가심비를 선호하는 비율은 37.3%로 나타나 가성비 선호 비율이 더 높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심비 못지 않게 MZ세대와 가성비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명품 이커머스 성장은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가격 비교를 통한 최저가 물건을 찾을 수 있는 이커머스의 이점을 프리미엄 수요가 높은 MZ세대가 적극 활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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