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문명이 사유재산권 개념을 제대로 정립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문화인류학자들은 사유재산권 사례를 여러 원시 문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만, 현대적 의미에서 사유재산권 개념에 논리적 기초가 놓인 때는 17세기이며, 대표적인 이론가는 영국인 존 로크(John Locke: 1632~1704)입니다. 로크 이전과 이후 사유재산권 개념은 분명하게 갈릴 뿐 아니라, 사유재산권 개념이 정립된 이후에야 인류는 빈곤과 진보의 문제들을 해결하게 됐습니다.
존 로크는 《통치론》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내 몸과 내 마음은 나의 것이다. 공유물에 나의 노동을 결합하면 그 공유물은 비로소 나의 사유물이 된다.” 그의 개념은 당시 왕권 체제를 부정할 정도로 충격적, 혁명적이었습니다. 로크 이전에 시민의 재산권은 주권자인 왕이 충성스러운 신하에게만 베푸는 시혜였습니다. 왕국 안의 모든 것이 왕국의 것이었기 때문에 신민들은 ‘토지나 건물이 내 재산이다’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로크가 왕의 권위를 정면으로 부정했으니 그의 목숨은 위태로워졌고 결국 그는 제임스 2세의 탄압을 피해 네덜란드로 도망갔습니다. 하지만 그의 사상은 왕의 재산권 침해를 부정한 영국 명예혁명과 영국의 세금 착취를 거부한 미국 독립혁명의 정신적 기반이 됐습니다. ‘내 것은 내 것이고 네 것은 네 것이다’는 개념은 언뜻 당연해 보이지만, 인류 문명사 측면에선 결코 쉽게 등장한 개념이 아닙니다.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는 시민의 재산권 보호”라고 로크가 선언한 이후, 사유재산권 개념은 더욱 발전해 나갔습니다. 사유재산권을 국가가 보호하지 않으면 서로의 재산을 빼앗으려는 약육강식의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는 생각이 나왔습니다. 토머스 홉스가 말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도 재산권 보호와 관계가 깊습니다.
사유재산권 개념이 확립되면서 많은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 땅을 가꾸어 더 많은 식량을 산출했습니다. 기계를 발명해서 생산력을 높였고, 재산을 불렸습니다. 옛날에 발명 특허권은 왕이 부여할 때만 가질 수 있었지만, 이제 특허권을 재산권으로 가질 수 있게 됐고, 사람들은 좋은 기계를 남보다 빨리 만들려 했습니다. 경제의 모든 분야에서 사유재산권 인센티브가 작동했습니다. 생산성이 급증하면서 인류를 짓눌러 온 절대적 빈곤(맬서스 함정)이 해소됐습니다. 사유재산권 개념 하나가 문명의 질을 바꿔 놓았습니다.
실제로 사유재산권이 없는 곳에선 비극이 잉태됐습니다. 국유, 공유를 앞세운 나라들은 수천만 명이 굶어 죽는 비극에 직면했습니다. 모든 토지를 국유화, 집단농장화한 중국에선 1958년부터 1962년까지 곡물 생산량이 급감해 최소 3000만 명이 굶어 죽었습니다. 집단농장에선 각자가 열심히 일할 인센티브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1996년 러시아 전체 농지의 약 5%가 사유화됐는데 이곳에서 생산된 농산물 생산량이 러시아 전체 농산물 산출량의 36%를 차지했습니다. 집단농장에선 아무도 열심히 농사를 짓지 않았습니다. 내 것이 아니니까 열심히 일하지 않은 겁니다. 국유화의 비극입니다.
이런 비극은 공유지에서도 나타납니다. 공유지의 비극은 경제학에서 말하듯, 배제성은 없고 경합성만 있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아무나 사용하고 나면 다른 사람은 사용할 것이 없게 되는 경우죠. 목초지 황폐화, 연근해 물고기 남획 등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5면에서 더 자세히 알아보세요.) 이것은 배제성과 경합성이 모두 없는 공공재(국방 서비스, 공중파 방송, 가로등 등)와 다릅니다. 클럽재와도 다릅니다. 클럽재는 배제성은 있지만 경합성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재화를 말합니다. 헬스클럽은 입장료를 사야 해서 배제성은 있지만 기구를 이용하는 데 경합성이 있을 수도(다른 사람이 그 기구를 이용할 때), 없을 수도 있습니다. 영화관과 케이블TV도 클럽재에 속합니다. 배제성(입장료 구매)은 있지만, 경합성(입장한 사람들끼리 다투는)은 없는 재화입니다.
사유재산권이 문제를 일으킨 경우도 물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선점의 원칙’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인터넷 도메인을 당장 쓰지 않는 사람이 주소를 사두는 이른바 ‘사이버 스쿼팅(cyber squatting)이 한 예입니다. 교보문고가 인터넷 주소를 ‘kyobobook. com’으로 하려 했으나 다른 사람이 이미 등록한 상태였습니다.
우리가 사유재산, 국유, 공유, 공유지를 따지고, 배제성과 경합성을 논하는 이유는 모든 자원이 희소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이 갖고 싶은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면 아무도 내 것, 네 것을 따지지 않을 겁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내 것, 네 것을 따져야 많은 문제가 오히려 해결됩니다. 소유권이 없는 세상, 소유권이 보호되지 않는 세상에선 힘 있는 자가 힘 없는 자의 것을 무조건 빼앗을 겁니다. 소유권이야말로 좋은 이웃이며 울타리입니다. 국유화와 공유화의 세상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거꾸로 문제를 만든다는 게 역사의 증언입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② 배제성과 경합성은 어떻게 구분되는지를 알아보고 실생활에서 적용해 보자.
③ 토지를 국유화 한 나라들을 찾아보고 사유화 한 나라들과 비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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