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숨통이 트인 것처럼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추운 날씨로 몇 달간 틀어박혔던 집에서 나오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한 듯했다. 26일 정식 개장한 현대백화점의 ‘더현대서울’에선 명품·가전·식품 매장 등 분야를 막론하고 사람들이 북적였다.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이들은 기꺼이 찾아간다는 것을 증명했다.
더현대서울의 콘셉트는 ‘리테일 테라피’다. 쇼핑공간이지만 소비자들이 마음껏 쉬다 가도록 ‘힐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천장의 유리창과 건물 전 층의 곳곳을 뚫어놓은 건축 기법으로 백화점 1층에서도 햇빛이 내리쬔다. 교외에 있는 프리미엄 아울렛에 가까운 개방감이다.
더현대서울은 전체 영업면적의 49%가 휴식 공간이다. 현대백화점 평균(35%)을 크게 웃돈다. 이 휴식 공간을 자연친화적으로 꾸몄다. 백화점 전 층에 포진된 실내 조경 공간을 꾸미는 식물은 모두 생화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의 일반적인 점포에 비해 식물 관리 비용이 2~3배”라고 설명했다.
전략은 성공했다. 이날 3300㎡에 달하는 5층 실내 공원 ‘사운드 포레스트’에는 빈 테이블과 벤치를 찾아볼 수 없었다. 스마트폰으로 한 바퀴를 돌며 동영상을 찍고 있던 이모씨(50대)는 “백화점 같지가 않다”고 했다. 사운드 포레스트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맞은편 난간에도 전경을 사진으로 남기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백화점 3층인 12m 높이의 인공 폭포 ‘워터폴 가든’도 사진 명소가 되어 있었다.
매장 면적을 단순히 줄인 것도 아니다. 백화점에는 의류 매장 수익이 가장 잘 나는 ‘황금 공간’이 있다. 에스컬레이터 옆, 시그니처 인근 등 사람들의 눈길이 가장 많이 닿는 곳이다. 더현대서울은 이곳도 사람들이 먹고 마시거나 노는 공간으로 꾸몄다. 워터폴 가든이 보이는 2~3층 한가운데 지점에 카페와 음식점을 열고, 지하 1층 에스컬레이터 옆에 서점인 ‘스틸북스’를 입점시켰다.
6층에는 350평 규모의 복합문화시설 알트원(ALT.1)을 전문 전시관 수준으로 설계했다. 미술품의 상태를 보존하기 위해 고가의 항온항습 장치를 설치했다. 오픈 기념으로 열리는 앤디 워홀의 대규모 회고전 ‘앤디 워홀: 비기닝 서울’에서는 153점을 공개한다.
국내 최대 규모 수준인 지하 식품관에는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2시께에도 사람들이 가득했다. 1만4820㎡ 규모에 90여개의 식음료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기존 국내 최대 규모 식품관이던 현대백화점 판교점(1만3860㎡)을 뛰어넘었다.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을 표방한 푸드 트럭용 매장 8곳, 133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밥굽남’이 참여한 샤브샤브 매장 ‘강호연파’ 등이 눈길을 끌었다.
지역 특색을 고려한 매장도 보였다. 비즈니스 허브인 여의도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 IWC, 예거 르쿨트르 등 명품 수입시계 매장 11개곳이 1층에 위치했다. 지하 1층에는 현대백화점의 와인 전문매장 ‘와인웍스’ 3호점이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강남 외 지역에 있는 유일한 매장”이라고 말했다.
지하 2층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특화 존이다. 대표주자는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의 첫 오프라인 매장 ‘BGZT 랩’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성장하는 스니커즈 리셀(되팔기) 매장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총 5억원어치에 달하는 300여 켤레가 전시돼 있다. 최재화 번개장터 부대표(CMO)는 “평균 구매가가 150만원대 이상인데 프리 오픈 첫날에만 예약이 50건을 넘었다”고 소개했다.
더현대서울이 프리 오픈한 지난 24일 방문자 수는 약 7만명이다. 정식 개장을 한 26일 더현대서울의 11개 출입구 중 기자가 오후 1시30분께 들어온 한 출입구의 열 탐지기에는 7000명 이상이 입장했다고 기록돼 있었다. ‘오픈발’을 감안해도 상당한 인원이다. 현대백화점은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더현대서울이 개장 후 1년간 63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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